세상은 ‘과’(過)한 모습에 그다지 너그럽지 않다. 과한 행동과 모습은 꼭 사고로 이어진다는 생각도 있기에, 늘 상식선에서 주장하고, 해결하길 바라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어느 때는 이 과한 모습에 너그러워야 할 때도 존재한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정몽준 의원의 막내아들인 정예선이 대형 사고를 쳤다. 이번 세월호 참몰 실종자 가족들을 비하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정예선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에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에 물세례.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라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정예선은 “비슷한 사건 일어나도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다른 국가 사례랑 달리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이 가서 최대한 수색 노력하겠다는데도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하잖아.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되서 국민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되는 거지.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라는 글을 올렸다.
정몽준 의원도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정 의원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여러분, 국민 여러분께 깊이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제 막내아들의 철없는 짓에 아버지로서 죄송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아이도 반성하고 있지만 모든 것은 저의 불찰입니다”라고 밝혔다.
정예선의 나이가 1996년생이라고 한다. 고3이다. 지금 바닷가 차가운 물에 잠겨있는 학생들 대다수가 1997년생일 것이다. 그들의 부모가 아들, 딸 잃은 슬픔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이 나라의 재난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정부와 현 정부의 책임자들이 있다.
이들 부모들이 쏟아는 모습이 다소 ‘과’하더라도 사람들은 이해해야 한다. 간혹 댓글에서 “예의를 지키라”라고 말한다. 예의란 장소와 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정예선은 재벌집에서 태어나 호화스러운 생활을 했을 것이라 추측된다. 때문에 저런 현장을 가볼 일도 없을뿐더러, 이해하지도 못할 것이다. 때문에 자신들을 부자로 만들어 준 이 나라 국민들을 미개하게 생각했던 것 아닐까 싶다.
정몽준은 가정교육의 문제라며 고개를 숙였다. 정몽준이 돈을 중시하고 인명을 경시하라 가르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르침은 말로 글로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속칭 교육자 집안에서 교육자 나온다는 말처럼 말이다.
정예선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면서 재벌가 사람이라는 사회적 위치를 아무런 노력 없이 단지 ‘태어났다’는 것으로 얻은 녀석이다. 그 분위기에서 정몽준의 가르침의 효과란 뻔하다.
설사 정몽준이 ‘사회적 리더로서의 위치’를 가르쳤다하더라도 정혜선은 ‘조선 왕조시대의 왕자의 위치’로 받아들였으니 말이다.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어느 날 보는데, 탈북자들이 북한 김정은 남매에 대해 이야가 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너 이리와’ 등의 반말로 부려먹는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은 “그들은 자기 아버지가 최고인 것을 알고, 자기의 위치를 어릴 적부터 알았으니 무서울 게 없었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정예선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세상을 어느 정도 안다는 19살 짜리가 ‘미개’라는 말을 썼을 때에는 분명 근저에 저런 인식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정몽준은 사과에 서울시장 후보 사퇴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아,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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