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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한지 (장판지) 위에서 태어나, 평생을 한지 (서책) 속에서 살다가, 결국 한지 (염습)에 싸여 흙으로 돌아갔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특히 태어남에 대해서는 요즘은 바뀌었지만, 삶과 죽음은 여전히 우리는 종이에서 산다. 물론 컴퓨터,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들의 발달은 어느새 우리 손에서 종이를 빼앗아가기 시작했다. 책을 읽던 손은 스크린에 터치를 하기 시작했고, 펜으로 종이 위에 글을 쓰던 손은 자판이나 스크린을 두드렸다. 그러나 종이는 과거 역사를 기록했고, 아직도 기록하고 있으며, 활용 영역을 좁아질망정 그 중요성은 결코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영화계와 K리그, 기회를 달라고?

월드컵이 끝나면 으레 'K리그'를 살려야 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곤 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또 어느 샌가 이러한 논의는 사라지고, 4년 뒤 월드컵 시즌이 돌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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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길어올리기 임권택

 

2007년 100번째 영화 <천년학>을 마친 세계적 거장 임권택 감독이 101번째이자 첫 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를 통해 종이, 그것도 한민족의 끈기를 드러내주는 문화유산인 ‘한지’ (韓紙)를 세상에 소개하고 나섰다. 그리고 그가 소개 장소로 선택한 곳은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라도. 광활한 평야와 맑은 물, 그리고 달빛이 어우러진 풍경을 뛰어난 영상미로 담아내며, 전작과 마찬가지로 또한번 아름다운 대한민국 강산을 그려냈다.

 

여기서는 그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와 연결시켜 해보려 한다.

 

◇ 전주, 뛰어난 한지가 탄생하는 천혜의 공간

 

영화는 대부분 전라북도 도청소재지인 전주시를 배경으로 한다. 흔히 양반 도시, 음식맛이 뛰어난 도시로 불리우는 이곳의 또 하나의 자랑은 ‘한지’다. 고려 중기 이래 조선후기까지 왕실에 진상품으로 들어가, 조선시대 외교문서로 사용되었는데, 품질이 우수한 닥나무가 철분 함유량이 적은 깨끗한 물이 전주 지역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은 숙력된 기술의 오랜 역사를 지니게 했다.

 

때문에 영화에서 ‘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시작도 전주다. 물론 경상남도 의령과 전라북도 완주 등 뛰어난 한지가 생산되는 곳은 많기에 사실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영화가 전주국제영화제의 지원을 받았기에 전주가 중심이 되지만, 영화는 실상 전라도를 배경으로 한다고 하는 것이 맞다.

 

◇ ‘한지’가 태어난 곳, 개발 문화에 사라지다

 

극중 만년 7급 공무원 ‘필용’ (박중훈) 때문에 3년 전에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내 ‘효경’ (예지원)은 대대로 종이를 만들던 집안에서 자라 지공예에 능하다. 어릴 적 ‘한지’를 만들던 아버지가 일본에서 바람이 나, 집안을 버리고 어머니와 자란 불우한 성장환경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자란 ‘종이를 가장 잘 만드는 마을’이었던 고향을 찾으려 애쓰고, 결국 찾아내지만 이미 강 개발사업으로 인해 수몰 마을이 되어 사라졌다.

 

수몰된 ‘효경’의 고향으로 등장하는 곳은 완주 8경의 하나인 완주군 고산 대야저수지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저수지답지 않게 자연스럽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있는 운암산과 맞닿아있다.

 

실제로 수몰지는 아니지만, 이곳은 극중 ‘한지’의 인생과 맥을 같이 한다. 최고의 종이로 평가받으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과거를 뒤로하고, 값 싼 수입지에 밀려 서서히 잊혀져가는 ‘한지’의 최고 장인들이 모여살던 동네가, 댐 건설로 인해 사라졌듯이 ‘한지’ 역시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훗날 맥이 끊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경관과는 어울리지 않는,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 하늘에 뜬 달빛, 물로 길어오르다

 

어느날 술에 취한 ‘필용’이 아내 ‘효경’에게 달을 물에 떠다 바친다. 물 속에 비친 달, 그러나 달은 하늘에서 광대한 빛으로 땅을 비춰야 제대로 된 기운을 받는다. ‘필용’이 전문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한지’ 촬영에 나선 ‘지원’ (강수연)과 함께 한 드라이브 길을 훤히 비친 달은 ‘한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달빛’이 신성한 역할을 함을 보여준다.

 

이들이 차를 몰고, 달빛이 밝혀준 길은 김제평야 갈대밭이다. 전북 김제시를 중심으로 부안군 ·완주군 ·정읍시의 일부지역에 펼쳐진 평야로 한국 최대의 곡창지대로,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혹자는 전북 지역의 ‘한지’발달이 풍요로움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종이의 발달이 학문의 발달로 이어지고, 이를 가능케 한 것이 의식주의 풍요로움에서 시작된다는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앞서 말한 대야저수지나 김제평야가 전주와 함께 전북지역에서 ‘한지’를 대표하는 완주를 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도적인 배려인지는 몰라도, ‘한지’의 역사가 비단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 달빛과 물, ‘천년 한지’가 새로 태어나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천년 세월을 숨쉬는, 달빛을 닮은 우리의 종이 ‘한지’를 재현하는 장면이다. 일반인들은 통제되고, 차조차 들어갈 수 없는 깊은 산속에 위치한 맑은 물이 있는 장소에서 ‘필용’과 ‘지원’ ‘효경’이 모두 모이고, 한지 장인의 손에 의해 ‘천년 한지’가 만들어진다. 그윽한 달에 ‘천년 한지’ 탄생의 소원을 빌고, 물에 비친 달빛에 취해 발로 종이물을 걸러서 뜬다.

 

진정 천년을 가는 ‘한지’가 만들어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달빛과 물 그리고 그 안의 ‘지원’의 말처럼 ‘한지에 미친 사람들’의 진정성은, 곧 믿음으로 변하게 된다.

 

이 세상이 아닌 듯 펼쳐지는 이 아름다운 풍경은 전북 무주군 덕유산에 있는 무주구천동 계곡 33경 중 제15경인 월하탄이다. 극 중 대사로도 나오지만, 이곳은 선녀들이 달빛 아래 춤을 추며 내려오듯 폭포수가 기암을 타고 쏟아져 내려 푸른 담소를 이룬다고 해 월하탄 (月下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화려하게 각광받다가 서서히 사라져가는 ‘한지’. 그러나 가장 성스러운 기운과 맑은 기운을 통해 다시 ‘천년 한지’로의 부활의 꿈을 꾸는 모습은 비단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닌, 현재 많은 사람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러기에 스크린에서 쏟아지는 아름다운 풍광의 영상미는 눈이 아닌 가슴으로 들어온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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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의 편지에 대해 조작의혹이 있다고 하자 네티즌들은 음모론을 펼친다. "권력층이 이를 덮으려 하는 것이다" "경찰이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려 한다" "조선일보의 사주다" 등등등..... 말 그대로 음모론이다. 왜냐하면,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는 근거도 없고, 논리도 없다. 단지 "장자연의 편지가 나왔는데"라는 SBS의 보도를 기반으로 한다.

 

 

이상호 "장자연 사건 국정원 개입"…재점화?

이상호 MBC 기자가 5일 오전 트위터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1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장자연 사건에 국가정보원이 개입되었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분당서, 장자연 사건 국정원 불법 개인 알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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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경찰은 편지의 진위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는 공감하는 절차다. 그런데 이러한 절차조차도 대중들은 무시한다. 어떻게? "편지가 나왔으면, 거론된 사람들을 조사해야지, 진위여부 판단이라니"라고 말이다. 냄비 근성에 조금 황당하긴 하다. 여기에 일부 유명 인사들까지도 거들고 나선다. 물론 여기에는 또 "SBS가 진위 여부를 판단했고, 진짜라고 하지 않았냐"라는 보도를 기반으로 한다. 경찰은 못믿고 SBS는 믿는다? 사실 이런 상황이라면, 민간이나 정부기관까지 동원해 3~4차례 계속 검증부터 해야 한다.

 

어쨌든 그래서 진위여부 판단에 들어가려고 경찰이 애쓰고 있다. 그러더니 앞서 말했듯이 조작의혹을 솔솔 풍긴다. 또 앞서 말했듯이 대중들은 반발한다. 경찰청장까지 나서서, 경찰의 운명을 걸 듯하게 말한다. 그래도 대중들은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경찰이라는 존재 자체를 신뢰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것만,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심리가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경찰이 내놓을 결과는 오로지 하나 "장자연의 편지는 진짜고, 거기에 거론되는 사람들의 행동은 진짜이며, 이들을 불러다 엄중 처벌하겠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 왜냐. 성접대와 술접대라는 상황이 존재한다. 한명은 접대를 하고, 한명은 그 접대를 강요하고, 다른 한명은 그 접대를 받는다. 접다를 하던 이가 이미 세상을 떴다. 그럼 이를 증명하려면 둘 중 한명은 이실직고 해야한다. 그런데 둘 다 부인한다. 망자를 불러낼 수도 없다. 경찰이 진짜로 진실로 이 사건을 수사하려고 해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답답한 지점이 여기일 것이다.

 

기실 여기는 또다른 한 축이 움직여야 한다. 수많은 연예계 관계자들이다. 그런데 안 움직인다. 아니 절대 못 움직인다. 그들이 성접대를 술접대를 시켜서가 아니다. 순식간에 시장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며, 술접대의 경우에는 그 기준을 스스로들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읽다보면 "장자연 편지가 거짓이며, 경찰 말을 믿어야 하며, 진실은 은폐해야 하냐"라고 반박이 나올 것이다. 진실은 밝혀야 하지만, 지금처럼은 아니라는 것이다. 2년 전에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 이어질 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 무엇을 밝혔고, 무엇이 달라졌나. 간혹 연예계 연습생을 기획사 대표가 성폭력이나 성추행 했다는 뉴스가 아직도 나올정도로 그대로다.

 

음모론을 다양하게 펼친다고 해서 음모로 이어지지 않는다. 2년 전 떠돌던 '장자연 리스트'를 트위터에 무한 유포시키면서 "이런 놈들 죽여야 한다"고 날뛰어봤자, 그들이 죽지는 않는다.

 

'장자연 편지'에 대해서는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면서 시민단체 등에서 공개적인 감시와 문제제기를 해가면서, 장기적으로 이와 유사한 사태에 대한 대책을 다시 마련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1년 뒤 또다시 발견될지 모르는 '장자연 편지'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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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을 받은 조선, 중앙, 동아, 매경의 구성원들은 마냥 좋을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그런 것 만은 아니다. 한 일간지 간부는 "뭐 대충 1박2일처럼 연예인들 데려다 놓고, 자기들끼리 놀게 하면 시청률 올라가야 하는 거 아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웃어야될지 울어야될지. 종편 후 언론의 기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넘쳐나는 예능프로그램에 편승하려는 것도 웃기지만, 그 방안에 대한 인식도 저급이라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

 

 

지상파 PD들 "종편 나가면 알지?"

익히 예상은 됐던 일이다. 종합편성채널이 만들어지고, 제법 한다는 PD들이 쭉쭉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어찌 기존의 지상파 PD들이 가만있을 수 있으랴. 뭐 현재까지도 애국가 시청률보다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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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규탄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제작진들의 고민, 출연자들의 노력, 그리고 '무한도전' 아류라는 평가에서 '최고의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기까지의 시간 등은 모두 고려하지 않은 셈이다. 한마디로 돈으로 때워서 시청률 올려보자는 것이지, 어떤 마인드도 없다.

 

현재 조중동매에는 모두 PD와 영상 기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인력들이 있다. 인터넷 영상팀도 있고, 매경은 MBN을 가지고 있다. (MB 네트워크라는 별명을 가졌지만 말이다). 이들의 눈에 '신문'만 만들다 영상 매체레 옮기려는 사람들의 시각이 얼마나 한심하게 보일까 싶다.

 

 

들려오는 말로는 연예인 섭외에 대한 최일선에 각 일간지에 소속된 문화담당 기자들, 연예 담당 기자들을 동원한다고도 한다. 기자들 보고 섭외 영업을 뛰라는 이야기다. 그러면 기자들의 선택은 두 가지다. 까서 숙이고 오게 하던지, 무조건 띄워줘서 모셔오던지. 어느 쪽이든 참 난해한 것이 이들의 처지다.

 

물론 이전에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의 기자들도 영업이라는 것을 한다. (물론 일반 회사의 영업부와 다른 형식의 영업이지만). 하지만 문화-연예 담당 기자들의 이같은 행동은 기자 자신의 자존심 문제를 떠나, 연예인들을 보다 더욱 특수 계층으로 만들어버린다. 견제-감시의 주체, 혹은 동반자라 할지라도 충고의 주체가 어느 순간 하인이 되거나 혹은 아예 밑도끝도 없는 적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십분 이해하고, 벗어날 방법이 없다 하더라도 한심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방송인들이 만드는 방송을 '당연한 결과물'로 여기던 신문쟁이들의 방송 진출이 과연 어떤 모양새로 나올지 궁금하다. 연예인들 데려다 놀게만 하면 시청률 나온다는 그 사고방식에서 말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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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많은 연극을 보면서 배우의 호흡에 내 호흡을 맞춘 연극은 그다지 많지 않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첫째로는 배우들의 성향이 읽히는 경우에는 그들이 어느 시점에 호흡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 알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스토리나 배우들의 연기가 굳이 내 호흡까지 맞출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더하면 공연 속에 여백이 적다보니 호흡을 같이 할 틈이 사라진다.

 

 

'늘근'도둑들이 세상 '진짜' 도둑들을 이야기하다

벌써 연장하고 앵콜공연이다. 두 늙은 도둑들이 세상 진짜 도둑들에 대해서 '찐'하게 이야기한다. 신정아도 나오고 삼성도 나온다.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도 나오고 문제의 작품 '행복한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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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달랐다. 평가를 하자면 스토리나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무대 장치 모든 것이 관객들을 빨아들였다. 무대 위 배우들의 숨이 멈추면, 관객들도 같이 멈췄다. 서로를 느끼며 한 대사와 대사 사이에 무대도 관객도 적막이 흘렀고, 내뱉는 듯한 대사 뒤에는 관객석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연극의 배경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빌라 데보토 감옥의 작은 감방이다. 이 공간에는 두 남자(?)가 있다. 한 명은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감성적 동성애자 몰리나, 다른 한 명은 반정부주의자 혁명가 발렌틴이다.

 

내용은 많은 곳에서도 접할 수 있겠지만, 공식 자료에 나와있는 내용을 옮겨놓는다.

 

"몰리나는 감옥 생활의 따분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렌틴에게 영화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을 최고의 이상으로 여기는 발렌틴은 동성애자이면서 정치, 사상, 이념에는 전혀 관심없이 소극적이고 현실 도피적인 몰리나를 경멸한다. 몰리나 역시 차갑고 이성적이며 냉혈한 같은 발렌틴을 이해할 수가 없다.

 

 

한편 몰리나는 자신의 가석방을 미끼로 감옥 소장으로부터 발렌틴에게 반정부조직에 관련된 정보를 캐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감옥에서 하루하루 기나갈수록 몰리나의 영화 이야기에 발렌틴은 빠져들어가게 되고 둘은 서로의 차이점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면서 조금씩 미묘한 가정에 휩싸여 가게 된다.

 

물리나가 곧 석방될 것이라는 소식에 발렌틴은 반정부조직 동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자신이 알게되면 혹시라도 소장에게 말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몰리나는 발렌틴에게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자신에게 하지 말아달라 청하게 된다. 서로의 진심에 자연스럽게 이끌리게 된 몰리나와 발렌틴은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

 

내용은 포인트를 어디에 두냐에 따라 연극은 크게 달라진다. 몰리나의 입장일 것이냐, 발렌티의 입장일 것이냐, 혹은 이념적 문제로 볼 것이냐, 동성애자의 시선으로 볼 것이냐 등등 연극 한편이 많은 것을 내포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관객이 몰리나를 보는 태도다. 애초 몰리나는 굉장히 코믹스럽게 그려진다. 자신이 봤던 영화 이야기를 발렌틴에게 들려주는 모습이나, 발렌틴에게 구박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내뱉는 몰리나는 극을 유쾌하게 이끌어 간다. 일부 남자 관객들이 몰리나의 여성스러움에 다소 역한(?) 기분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몰리나의 유쾌함은 분명 극 초반에 관객을 휘어잡는 역할을 톡톡해 해낸다.

 

그런데 중간에 몰리나가 감옥 소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인물임이 드러난 후, 몰리나의 태도에 대해 관객들의 반응 역시 싸늘해진다. 실제로도 웃음의 소리가 작아진다. 나 역시도 묘한 어느 시점을 느꼈다. 몰리나의 모습이 가식으로 보였고, 그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감정에 역행해 들어갔다. 흥미로운것은 관객들의 감정은 역행시켜놓은 몰리나가, 진심으로 발렌틴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관객들은 혼란에 빠진다. 몰리나의 감정에 이입하기도, 역행하기도 판단이 잘 서지 않는 상황이 벌이지는 것이다.

 

극의 마지막인 둘의 운명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사실 몰입도가 의외로 떨어졌다. 이 연극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갔으면 했는데, "이미 알고 있을테니"라는 가정하에 내레이션으로 진행된 이후의 사건들은 관객들을 다소 허탈하게 만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정성화, 최재웅 두 배우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그들은 관객들의 호흡을 이끌어냈고, 관객의 감정을 뒤흔들어놨다. 올만에 꽤 썩 괜찮은 연극을 봤다.

 

여기에 다소 연극에 대한 팁은 얹자면, 이 연극은 마누엘 푸익의 작품으로 1976년에 스페인에서 출간되지만, 정치범과 동성연애를 다룬다는 이유로 판매 금지를 당한다. 그러나 이후 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헥토르 바벤코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고, 1983년에 푸익은 희곡으로 만들어 '스타의 망토 아래서'란 이름으로 출판한다. 푸익의 작품 중 1973년에 쓴 세번째 소설 '부에노스아이레스 사건'은 왕가위 감독의 '해피투게더'의 원작이 되었다고 알려졌다.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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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노개런티’란 말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면, 한푼도 안 받는다는 것이다. 주로 우정출연이나, 소속사의 의리 차원에서 행해지는 일이다. 그런데 50억 짜리 뮤지컬 ‘천국의 눈물’에 출연하는 동방신기 전 멤버 시아준수가 노개런티로 참여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그러더니 하루만에 출연료는 800만원이나 받는다며, 단지 이를 전액 투자금으로 돌려 나중에 이익을 받겠다고 한다.

 

 

'엘리자벳' 송창의, '실력 늘었다'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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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노개런티

 

시아준수의 인지도나 뮤지컬의 규모 등으로 봤을때, 이 뮤지컬은 기본 이상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렇게 되면 시아준수는 800만원 이상의 개런티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노개런티’라니.

 

마치 시아준수는 돈을 모르는 고고한 느낌의 아티스트로 남고, 나머지는 스태프들이 짊어지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욕은 제작진이 먹고, 돈을 끌어모으는 것은 시아준수며, 이를 위해 시아준수는 연기밖에 모르는 고고한 아티스트로 남는다는 시나리오다.

 

 

물론 시아준수가 연기면에서 아티스트로 남는다는 것은 사실 웃기기는 하다. 그가 무대에 선 것은 ‘모차르트’ 한 편이다. 그런데 이 한편으로 마치 자신의 평생을 올인한 듯한 뉘앙스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한 것은 제작진이나 시아준수나 오판한 결과일 뿐이다.

 

그리고 800만원이 과연 적은 돈일까. 출연료 1800만원으로 '지킬앤하이드‘ 조승우가 논란이 되었을 때,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

 

“뮤지컬 배우가 아닌 외부 스타의 경우 회당 700만 원 이상, 뮤지컬 스타는 회당 50만∼400만 원 받는다는 것이 뮤지컬 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결국 시아준수의 자신이 지난 번 ‘모차르트’때 받은 비용이나, 조승우에 비해서는 하락했지만, 결국 톱스타 이상의 대우를 받은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이거 어느 순간 ‘고액’이 아닌 ‘적정가’로 분류된 것이다.

 

시아준수가 800만원을 받고, 투자 지분을 통해서 그 이상의 금액을 받아도 사실상 뮤지컬 흥행에 도움이 되었다면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굳이 숨기지 않아도 될 것을 숨기면서 마치 자신은 고고한 척 하는 그 자체가 어이없을 뿐이다.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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