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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이 스타골든벨에 들어온 것을 보고 말들이 많다. 뭐 이미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데 왜 또 시빌까...아마 SBS와 KBS는 크게 다르다는 점을 우선 꼽았을 것이다. 사기업과 공기업의 차이...때문에 이승연이 공기업에 감히 발을 디딘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승연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올 때마다 머리속에 드는 생각은 방송국이 모든 시청자들을 대변하는 '면죄부 발행기관'역할을 하려한다는 것이다.

 

신정환이 '여걸식스'인가 나올 때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지만, 자막이나 분위기가 아래와 같았다.

 

"그동안 정말 고생했던 신정환, 때문에 속죄의 마음으로 시청자들에게 보다 많은 웃음을 주려 하는 신정환. 이들을 따뜻히 안아주는 여결식스. 정말 그리웠습니다"

 

은은한 음악과 더불어 이러한 뉘앙스의 자막이 깔리고, 여걸식스 멤버들이 하나씩 포옹하는 장면이 나가면 신정환은 이제 죄를 용서받게 된다. 이 무슨 어처구니 없는 장면인가.

 

여타 인터넷 언론들도 사진 하나 올려놓고 "힘든 시기를 지나~" "팬들에게 속죄의 마음으로~" "보다 열심히 하는 연예인의 모습으로 태어나길 바라며~" 등등의 헤드라인과 내용을 깔아주고 연예인 되살리기에 열심인 것은 마찬가지다.

 

동방신기의 한 멤버가 최단기 복귀를 했을 때, 비판하려 흉내내는 매체들 역시 동방신기측 입장을 설명하며 '자숙의 기간을 가진~" "화려하게 복귀~" "팬들의 성원에 응답하듯~"등등의 표현을 서슴없이 썼다. 뭐하자는 것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장면, 자막, 음향까지 총 동원해서 면죄부를 발행해 주는 곳은 방송국밖에 없다. 그러면 끝이다. 이렇게 한두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내밀면, 그 다음부터는 언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냐는 듯이 당당히 오락프로그램을 활보한다.

 

방송국 게시판이나 포털 게시판에 난리를 쳐도 소용없다. 이때는 이미 "용서하자"는 팬들까지도 생기기 때문에 (그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언론플레이에 넘어간 것인지 모르지만) 이미 게임은 끝났다.

 

다시 말하지만 방송국은 면죄부 발행기관이 아니다. 여론을 만드는 역할도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여론조성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굳이 정치적, 사회적인 대형 이슈뿐만 아니라, 연예계 등 타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계속 면죄부를 발행하는 한, 연예인들은 자신들이 사회에 보여준 추태를 덮을 든든한 배경을 갖게 되며, 이는 곧 이들을 특권층화 시켜버린다. (물론 지금도 유사하게 행동하지만..)

 

-아해소리-

 

ps.글을 끄적이고 뉴스를 봤다......김상혁도 곧 컴백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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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면 어떤 책인지 알 것이다. 너무나도 유명하니까.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많은 소설 중에서 초반에 이렇게 흡인력이 강한 책은 드물었다. 흡인력이 강하다는 것은 현실과 어느 정도 부합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때 금서였던 이 책. 그러나 현실이 음울한 상황을 벗어났기 때문에,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이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고전'으로 남아야 하기 때문에 해금당한 것이 아니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오랫만에 다시 책장에서 꺼내면서 이곳에 옮겨본다. 이후는 '꼭' 사서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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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는 동으로 황해도에 인접해서 마식령 산맥의 산세에 닿고, 남은 예성강을 지경으로 경기도의 들판과 만나며 북은 대동강을 건너 평안도를 바라보는데 서쪽으로는 바다로  솟아나가 중국의 산동을 마주보고 있다. 들판도 있으나 험한 산에 골짜기도 깊고 ,오랫동안 경부에 가까워서 예부터 관의  혹정에 민감했으며, 도둑이 많아  조정을 괴롭히곤 하였다.  팔대 명산의 하나이며 태곳적 단군의 도읍지인 구월산은 그 줄기가 남서쪽으로 우회하여  추산을 따라 불타산에 이르고, 막바지로 그친 곳에 장산곶이라는 험한 해안 마루턱이 있으니 옛 노래에,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 금일도 상봉에 님 만나보겠네
갈 길은 멀구요 행선은 더디니 늦바람 불라고 서낭님 조른다.


 

하던 곳이 그곳이다. 그곳에 지방민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있어 기록하였으되, 기암 절벽이 바다 가운데까지 둘러서 있고 골짜기가 깊게 뚫렸는데 곶은 백여 리에 이르고 수세가 거꾸로 휘돌아서 근처의 임당수는 뱃길이  몹시 험하였다. 금색으로 반짝이는 명주실처럼 가는 모래가 수십리에 깔렸는데 밤새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해변의  사구가 나날이 이동하는 것이었다.
갯가에 게딱지같은 집들이 모여서 마을을 이루었고 마을마다 아름드리 해송이 몇백  년씩 나이를 먹으며 자라고 있었다.   산세가 험하고 모래가 대부분인 해변에서 농사라야 수수나 기장 따위가 고작인 어촌 사람들은 진작부터 바다로 나가야만 했다. 열흘 길, 보름 길,  어떤 때엔 한달 이상씩 걸리는 긴 뱃길에서 풍어의 기쁨은 쉽게 잊혀지는 대신 수많은 마을 사람들이 풍랑에 삼켜져서 그 슬픔만이 오랫동안 남아 있곤 하였다.

 

마을이 생겨나기 전부터 이곳 바닷가에는 매가 날아와 살았으니,  나라의 응방에서 이 지방 매를 특산품으로 정하여 관가에 바치도록 하였는데, 특히  대청도의 이른바 해동청 보라매는 사람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건어를 만드느라고 잡힌 고기를  얹은 마을의 지붕마다 잡새가  날아와 피해가 심했으나, 이 마을에 매가 드나들고부터는 얼씬하지 못했으므로 마을 사람들은 더욱더 매를  소중하게 알았다. 그들은 먹이를 주어 매를  돌보고 둥지도 지어주었으며, 고깃배가 출어하기  전날의 풍어제 때에는 매를 가장 귀한 제주로 알게 되었다.
 새벽에 주변의 섬으로 놀러 나갔던 매는 황혼녘이면 돌아왔다.  그리고는 마을 상공을 늠름하게 한바퀴 돌고 나서 당솔나무에 앉아 쉬거나, 마을의 지붕에 내려와 아이들의 찬탄 섞인 웃음소리를 들으며 사귀다 갔다. 고깃배가 출어하면 매는  한나절 거리는 좋이 됨직하게 따라왔다가 해변으로 돌아갔고, 그들이  만선의 북을 두드리며 포구로  돌아오면 벌써 매는 날씬한 날개를 펴고 포의 돛  위에 날아 앉거나, 마을 부녀자들에게  그들의 무사 귀환을 알리기 위해 재빠르게 날아가는 것이었다.

 

어느때 타국의 화선이 지나가다 물을 구하기 위해 포구 앞에 며칠 동안 정박하게 되었는데, 장삿배뿐만 아니라 간혹  다른 나라의 어선들이 연해에까지  침입해서 어장을 유린하곤 했으므로,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어서  떠나주기만을 무력하게 기다렸다. 뱃사람들은  식량을 원하고 교역하고자 했으나 원래 곡물이 귀한 마을 사람들은 일절 응하지 않았다.
관리가 나와서 식량을 징발해 주고자 했는데 그때에 그는 매를 보았던 것이다. 관리는 그 매를 화주에게 주어 가물을 얻으리라 작정하게 되었다. 관리가  마을 사람들에게 매를 잡아오도록 명령하였다. 총명한 아이가 있어, 매를 그물에 씌워 다치지 않도록 한 다음에 당집에다 은밀히 숨겨두었다. 당집을 건드리면 동티가 날까 염려한 마을 사람들이 발분하겠으므로, 민원을 살까 두려워한 관리는 그대로 돌아갔다. 식량과 물을  내륙에서 간신히 조달한 타국의 상선도 떠나갔다.
마을 사람들은 빼앗길 뻔한 매를 당집에서 꺼내어 날려주기 전에 의논을 하였다.

 

   이것은 우리 마을의 매요.
   아무렴, 우리 마을을 지키는 매지.
   하마터면 남에게 빼앗길 뻔했소.
   표를 해둡시다.

 

 마을 사람들은 매의 오른발에 붉은 색실로 매듭을 묶어준 다음 놓아주니, 매는 다시 자유롭게 떠올라 마을 상공을 한바퀴 휘돌아보고 나서 바다로 나갔다.   조기떼가 연평을 경유해서 대청 소청 앞 바다를 지나가는 철이 돌아왔다. 벌써부터 먼 곳에서 갈매기들이 모여들고 있는지, 새벽바람을 타고  먼바다에서 울부짖는 갈매기들의 음울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을 사람들은 어망을 짜고 배를 수선하고 돛을 기웠는데 어계의 총대 되는 사람이 주도하여 별신굿을 벌일 준비를 서둘렀다. 당산나무  밑에 들맞이를 하고 나서 삼신제를 지낸 다음, 바닷가에 각종 제물을 펼쳐놓고 용왕제를 지내고서, 오색 융복에  전립을 쓴 무당이 밤굿을 벌였다. 몰려온 고기는 잡아야 하지만  일기를 헤아릴 수 없으니 살아 돌아오기도 딱히 기약하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이었다. 이튿날 새벽에 출어기를 올린 어선들이 바다로 나갔고, 매도 그들의 머리 위를 선회하면서 전송했다.

 

보름 뒤에 배가 만선이 되어 돌아왔으니, 온 마을이 들끊는 듯한 잔치가 벌어졌는데 그것은 험한 바다에서 되살아온 신생을 위해서였다. 한데 그제서야 마을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마을에서 매가 없어진 것을 뒤늦게 알아쳐렸다.
출어할 무렵인지 귀환할 때인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매가 마을에서 사라져버려서 잔치 끝의 마을 사람들은 모두 슬프고 서운하여 사방으로 매를  찾아 나섰다. 아이들의 이야기로는 매가 바다로 날아간 지 사흘이 넘었다는 것이었다.  온종일을 찾아다니다 드디어 땅거미가 내려 덮였는데 한 사람이 소리치며 달려왔다.

 

  뭔지 보인다, 매 같다!

 

모두들 바람이 거세게 불어대는 저녁 바다를 향해 뛰어갔다.   아득한 수평선 위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바다와 하늘의 바깥쪽은 우중충하게 어두워지고, 수평선을 중심으로 가느다란 놀의 띠가 겹겹이 드러나 안쪽으로 향할수록 감빛이 짙어질 그런 무렵이었다.
어둠과 빛의 경계를 그 점들은 들락날락하였는데, 재빠르게 위로  아래로 도는 듯이 보였다. 파도와 바람 소리만이 들려왔다.  박명 속에 가느다랗던 놀이 차차 사라져가고 어둠 속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두 점들은 가까워졌는데, 어느 아이가 외쳤다.

 

  둘이다. 싸우고 있다.
  하늘에서 싸운다.
  하나는 우리 매다!



매는 자기보다 몸집이 두어 배는 되어 보이는 날것과 맞붙었다가는 다시 떨어져 돌고, 또 맞붙어 날개를 치는 것이었다. 매는 수리를 피해서 뭍을 향해 물러서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하나가 위로 휙 날아오르면 더불어 올랐다가 바다를 향해 떨어지면서 서로 엇갈려 잠깐 멈칫해서 부리와 발톱으로 치고는,  치는 사이에 날개를 푸드득이는  소리가 바람소리 가운데 똑똑히 들렸다. 매는 수리 공격을 막아내면서, 될 수 있으면 모여 있는 마을 사람들의  머리 위로 가까이 날아오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

 

  매와 수리는 한 덩어리가 되어 끊임없이 날개를 치면서  뭍으로 다가왔다. 이제까지 보고만 서 있던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도 결기가 가득차서 일시에 목청을  합쳐 고함을 질렀다. 매와 수리가 일단 흩어졌는데, 매는  아래로 낮게 날아 사람들의 머리  위로 날개를 치면서 한바퀴 돌고 나서 다시 수리에게로 쫓아  올라갔다. 매가 날개를 퍼덕이며 지나갔을 때,  그 죽지에서 흩뿌려진 피가 잔치옷으로 갈아입은 마을 사람들의 흰옷 위에 점점이 번져갔다.   매가 수리를 향하여 일격을 가하려고 달려들 때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목청을 합쳐 고함을 질렀다. 허공에서 매와 수리의 깃털이 어지럽게 흩날렸다. 수리는 매의 거세어진  기세에 당하지 못하고 목을 움츠리더니, 상대를 버리고 바다 쪽으로 달아났다. 매가 사람들의  고함 소리에 힘을 얻어 수리 뒤를 바짝  쫓아갔다.. 수리가 중심을 잃고 아래로 방향을  바꾸는데 매는 위로부터 곤두박질치면서 수리의 머리를 쪼았다. 치명타를 받은 수리가 물에 처박혔고, 매는 다시 위로 드높게 날아올랐다. 마을 사람들의 환성이 크게 일어났고, 매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자랑스럽게 맴돌더니 지친 듯이 마을 어귀의 당솔나무 가지 위에 내려앉았다.

 

마을 사람들은 먹이를 준비하고 풍악을 잡히면서, 매가 그들의  어깨 위에 다정하게 내려앉기를 재촉하였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매는 다른 때처럼  사람들의 팔뚝에도 내려와 앉지 않고 나뭇가지 위에서 날개만 몇 번 퍼덕여 보였을 뿐이었다.
주위가 완전히 캄캄해질 때까지 마을 사람들은 횃불을 밝혀 들고 매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렸다. 횃불빛에 드러난 해송의 깊숙한 구멍 속에서 이번에는 구렁이가 기어 나왔다.  구렁이는 비늘을 번쩍이며 사리를 풀고는 나무를 타고 꿈틀꿈틀 기어올라갔다.
마을 사람들이 안타깝게 불렀건만, 어둠 속의 매는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았다. 구렁이가 나무 꼭대기를 향해 기어올라간 뒤에 한참 동안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더니 이윽고 폭우가 줄기차게 쏟아져 내려왔다. 천둥이 울고 번개가 번쩍였다. 빗소리와 우렛소리 속에서 밤새껏 퍼덕이는 날갯소리가 들려왔다.   동녘이 뿌옇게 밝을 즈음에, 지쳐서 나무둥치 아래 둘러앉은 사람들 앞에 토막 난 구렁이의 시체가 떨어져 내려왔다. 나뭇가지에 걸친 채로 날개와 부리를 땅으로 축 늘어뜨린 매의 형상이 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어째서 매가 나무에서 끝내 내려오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날렵한 아이를  시켜 나무 위에 오르도록 하였다. 올라간  아이가 죽은 매에 손을 대려다가 분한 듯이 외쳤다.

 

  실매듭이 나뭇가지에 걸렸어요.

 

남에게 빼앗길까 하여 매가 마을의 소유임을 표하느라고 매어놓은 오른쪽 발목의 붉은 실매듭이 매를 죽게 했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매와 맺은  인연을 그저는 믿지 못하여 매듭으로 확인을 해놓아야만 했던 것이다. 그 인연 때문에 매는  밤새 싸웠고 기진하여 죽게 되었으니. 



일찍이 외병이 국토를 점령했을 적에 백성 중에 병을 일으킨 대장이 여럿 있어 그들과 오래 항전했었다. 한 의병장이 허수아비 같은 관군과도 대적해서  싸우다가 어느 싸움에 대패아여 병을 해산하고 민가에 숨어 있었다. 그가 장산곶 어부  집에 숨었다가 매의 죽음에 크게 깨우친 바가 있었다. 그는 밤새껏 잠들지 못해 뒤척이다가, 이 신뢰하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의 작은사랑에 대하여 안타까워하고 눈물을  흘렸다. 매가 기세를 펴지  못하고 매듭에 걸린 채 죽어버린 연유와 같게도, 그는 다른 대장들처럼 피살되었다. 그가 장산곶을 떠나 남몰래 귀향했는데 병이 해산된 뒤부터  노리던 자의 눈에 발각된 바  있었고, 포상금을 탐한 동료가 밀고를 했던 것이다. 수심과 괴로움으로  번뇌에 가득 찬 밤을 지새우고, 겨우  곤한 잠에 빠졌을 무렵 힘으로는 대적하지 못하리라 믿은 외병들이 무리지어 급습하여 부락에 불을 질렀다. 달아나지 않고 고감히  단신으로 뛰쳐나오는 의병장을 수십여  인이 장살하였다 한다.


 

어찌 백성의 가엾은 뜻을 위해 죽은 자가 그뿐이었겠는가, 흐르는 물과 같이 연면한 산맥같이 앞뒤로 끊임이 없건마는, 여럿과 맺은 관계가 마치 저  장산곶 매의 발목에 묶인 매듭과도 같았고, 그 장한 뜻의 꺽임은 뒤댈 바탕이 부족하매 분한 노릇이었다. 폭풍이 몰아치는 날 서낭나무는 둥치를 떨고, 내부에서는 구렁이가 꿈틀거리는데 가지에  걸린 매가 날지 못하여 깃을 퍼덕이는 안타까운 여러 밤이 끝도 없이 계속되었다.

 

---------------------------------------------------------- 황석영의 '장길산'중에서 ---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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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여름 제주도자전거 하이킹을 할 때, 자전거 대여점 주인 아주머니 말하기를 ."매일 새로 들어오고 나가는 것까지 계산하면 하루 2~3천명정도 이 제주도를 자전거로 여행할 거야"

 

제주도 자전거 하이킹. 아직 젊다며 시도해 볼 만하다. 많은 이들이 해외로 여행을 가지만, 개인적으로 해외 여행을 가기 전에 반드시 국내에서 해봐야 하는 여행 가운데 반드시 이것을 해봐야 한다고 본다.

 

참고로 개인적 생각...해외 나가기 전 국내에서 해봐야 할 것. 

 

1. 국내 도보여행 -> 정말 힘들지만, 하고나면 뿌듯~~반드시 전국을 다 돌 필요없다. 자기가 사는 도만 돌아도 뭔가 다름을 느낀다

 

2. 지리산 등반 -> 말이 필요없다. '인간'을 알게된다

 

3. 울릉도 여행 -> 이거 의외로 힘들다. 절묘한 날짜맞춤이 중요하다

 

4. 자전거 하이킹 -> 무조건 도전해 볼 만 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다른 사람에게 자전거 하이킹을 이야기하면 다른 여행과 비슷하게 돈, 일정, 준비물을 물어본다. 이에 대해 연결시켜 따져보면 아래와 같다.

 

1. 자전거를 현지에서 빌릴 것인가 아니면 가져갈 것인가. (가져가도 좋지만, 초보자는 하루 7천원하는 임대를 하는 것이 훨씬 낫다. 이것저것 정보도 얻을 수 있다)

 

2. 비행기를 이용할 것인가 배를 이용할 것인가. (저가 항공의 영향으로 비행기도 배랑 큰 차이가 없다. 단지 수도권에서 사는 사람이 인천에서 배를 이용해 간다면 색다른 맛을 느낄 것이다. 거의 크루즈여행이다. 저녁 7시 출발해서 다음 날 8시에 도착한다)

 

3. 텐트를 가져갈 것인가 민박을 이용할 것인가 (텐트도 재미있지만, 비가 오면 약간 곤란한 경우가 많다. 민박은 무조건 깎다보면 시장처럼 일정한 금액에서 타협이 된다.)

 

4. 혼자 갈것인가 여러 명이 갈 것인가 (제주도여행의 강점은 혼자가도 여럿이 된다는 것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수천명이 돌고돈다. 음료수 나눠먹고, 사직 찍어주다보면 바로 일행이 되어버린다. 혼자 제주도 여행을 갔는데, 거의 마칠 즈음에 10명이 되어버렸다.--;;)

 

5. 일정을 어떻게 짤것인가. (며칠에 걸쳐 가느냐에 따라 틀리다)

 

6. 스스로의 체력이 어느 정도 되는가. 혹 일행으로 갈 경우 체력이 조금 약한 사람이 있는가. (이는 5번항과도 밀접하다. 중간에 낙오하는 팀들도 많다)

 

이 6가지는 여행 가기전에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어느 사람은 무조건 떠나보면 된다고 말하지만, 몇번 가본 경험으로는 '아니다'가 정답이다.

 

우선 돈을 아끼겠다고 자전거를 가져갈 경우에는 비행기 이용이 힘들고, 배를 이용해야 한다. 인천에서의 배 이용의 경우, 색다른 재미는 있겠지만, 일정이 조금 빡빡한 사람은 그냥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경우다.  체력이 안되는 사람이 갑자기 3박 4일로 완주하겠다는 계획을 짜게 되면 보나마나 중간에 낙오하게 된다. 심하면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편하게 자전거 일주도로로 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삼방산 주변이나 서귀포 진입로 처럼 갑자기 오르막길이 등장하는 곳도 있고, 자칫 비라도 내려 안개가 끼면 내리막길에서는 올라오는 차와 충돌할  수 도 있다.

 

그럼 뭘 어떻게 준비하고 가야 하는가..(처음 가는 사람 기준.^^. 사람마다 조금씩 틀림)

 

1. 비행기편을 이용해라. 체력적으로 도움이 된다. 제주도 자전거하이킹만을 목표로 삼는다면 인천, 목포, 완도 등에서 배를 이용할 경우, 체력 및 시간적 소모가 너무 크다. (물론 호남쪽에 산다면 목포 등서의 배가 더 유리하다)

 

2. 자전거를 빌려라. 하루 7천원정도로 스프링이 달리고 앞뒤 반사등이 달렸으면 음료수 걸이가 있고, 안장이 엉덩이에 딱 맞아야 한다.

 

3. 짐을 최소화 해라. 자전거 뒷자리에 가져가기보다는 짊어지고 가는 것이 낫다. 체력소모도 적고, 자전거를 핸드링하는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파티장을 가거나 하지 않는다면, 옷 갈아입을 일 거의 없다)

 

4. 지도 숙지는 필수다. 해안도로만을 탄다고 하더라도, 지도가 익숙치 않으면 엉뚱한 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5. 숙박은 날씨 상황 봐서 선택해라. 돈 아낀다고 무조건 텐트생활을 했다가는 비 온 다음날 더 고생이다.

 

6. 제주도 자전거하이킹 며칠 전에는 최소한의 워밍업을 해둬라. 정말 중요하다. 그냥 어느 날 바람쐬러 나가는 일이 아니다. 위에서 몇번 강조했지만, 중간에 체력 저하되고, 몸 이곳저곳 쑤시고 하면, 이런 생각밖에 안 든다. "내가 여행하는거야 유격훈련하는거야". 체력 좋은 이들도 이틀밤 자고나면 저 생각 든다. ^^;;

 

7. 야간에 움직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제주도에는 신혼여행이나 기타 여행을 온 사람들중 대다수가 차를 렌트해 이동한다. 즉 그들도 제주 길에 초짜인 사람들도 많고, 자전거 하이킹족은 배려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해가 떨어진다 싶으면 일정에 안 맞더라도 무조건 하이킹을 중지해라.

 

9. 조금 모자르게 가져가도 된다. 중간중간 편의점도 있고, 또 같은 하이킹족끼리 모자르면 서로 돕기도 한다.


제주도 하이킹은 재미있지만 또한 한편으로 힘들다. 누구는 섬 하나 도는데 뭐가 힘드냐고 말하지만, 제주도의 도는 섬도 (島)가 아닌 길도(道)를 뜻한다. 대학초에 이같은 사실을 망각하고 이틀만에 자전거하이킹을 하겠다는 엄청난(?) 망상에 빠져 도전했다가 기껏 제주시 근처에서 빙빙돌다 온 적이 있다.

 

스스로 시간의 여유와 체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면 (뭐 없으면 만들고 키우고..^^) 제주도 자전거하이킹을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

 

아래는 가장 괜찮다는 5박 6일 일정을 다른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이다. 경험자들의 경우 개인적으로 틀리겠지만, 처음 가는 이들이라면 저 일정이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 제 1코스(1일) ] 제주시내 ~ 한림공원
타발로하이킹 -> 용두암 -> 해안도로 -> 이호해수욕장 -> 고내해안도로 -> 애월 -> 곽지해수욕장 -> 협제해수욕장 -> 한림공원

 

[ 제 2코스(2일) ] 한림공원 -> 사계해안도로 금릉석물원 -> 해안도로 -> 차귀도포구 -> 수월봉 -> 해안도로 -> 초코렛박물관 -> 모슬포 -> 마라도 -> 송악산 -> 사계해안도로

 

[ 제 3코스(3일) ] 사계해안로로 -> 표선 사계해안도로 -> 산방산 -> 안덕계곡 -> 중문관광단지 -> 월드컵경기장 ->외돌개 -> 서귀포시내,천지연폭포 -> 남원큰엉해안경승지 -> 영화박물관 -> 해안도로 ->제주민속촌

 

[ 제 4코스(4일) ] 표선 -> 우도 표선해수욕장 -> 신산리 해안도로 -> 온평리 혼인지 -> 신양해수욕장, 섭지코지 -> 성산일출봉 -> 우도 -> 우도8경 -> 산호해수욕장 -> 검밀레

 

[ 제 5코스(5일) ] 우도 -> 함덕 우도 -> 성산항 -> 종달리체험어장 -> 해안도로 -> 풍력발전단지(풍차마을) -> 미로공원 -> 만장굴 ->동복리 해안도로 -> 함덕해수욕장  

 

[ 제 6코스(6일) ] 함덕 -> 제주시내
함덕해수욕장 -> 제주민속박물관 -> 국립제주박물관 -> 사라봉 -> 관덕정 -> 타발로하이킹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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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우성과 엄정화가 나오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 (이하 결미)'는 야한 영화다. 화면 자체도 야한 내용이 자주 뿌려지지만, 내용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정도로 야(夜)하다. 온통 밝고 아름다운 삶으로 치장되어야 할 세상에 '결미'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상황을 참으로 밝게 그렸다. 아마도 기혼자가 이 영화를 본다면, 자신의 배우자를 한번 더 쳐다볼 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도 혹시?"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말을 던질런지도 모른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처음 결미를 봤을 때,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대사는 이거였다.

 

누구와 결혼을 할까 고민하는 엄정화에게 감우성이 던진 말이다. "일단 나를 포함해서 가난한 놈들은 모두 빼"

 

결혼을 목전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말은 어처구니가 없는 대사다. 돈이 뭐가 문제냐고, 일단은 사람은 사랑해야 하지 않냐고 반박할 것이다.

 

사실 원론적으로도 맞고, 실제 결혼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봐도 맞다. 돈이 없어서 하는 고민과 사람이 싫어서 하는 고민은 다르다. 전자는 돌파구라도 있지만, 후자는 막막한 터널이다. 때문에 결혼한 많은 사람들이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지만) 결혼은 사람이 일단 좋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혼인 상태에서 결혼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들, 즉 현재 자유로운 삶을 영유하고 있는 이들의 경우에는 이 말은 절실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특히 요즘처럼 여성이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독립을 과거에 비해 손쉽게 이룰 수 있는 시점에서, 자신이 현재 누리고 있는 자유로운 삶이 결혼과 동시에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경제적인 부분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런 부분은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언제 결혼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많은 남성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될 때"라고 답한 것에서 볼 수 있다.

 

현대에서 결혼은 상대적인 것, 즉 상대가 무엇인가를 나에게 요구할 것인지를 직감적으로 판단해야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남성들은 여성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고, 그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야 자신이 원하는 여성과 결혼한다는 것을 느끼며 저런 대답을 한 것이다.

 

어쨌든 '가난한 놈'에 대한 감우성의 대사는 원론적으로 틀리고 현실적으로 맞다는 이중성을 과감히 내보였고, 그에 대한 근거를 엄정화가 부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미는 또한 여성의 이중심리 또한 보여준다. 결혼하고 싶은 남자와 연애하고 싶은 남자를 동시에 소유하고픈 마음말이다.

엄정화는 본 남편에게는 현실을 맡기지만, 감우성에게는 자신이 꿈꿔왔던 어릴 적 꿈을 맡긴다. 주위 결혼한 친구나 후배들에게서 간혹 이런 것을 느낀다.

 

"내가 바랬던 결혼생활은 이런 것이 아닌데..난 어떤 결혼생활을 하고 싶었는가 하면 말이지~ "로 연결되는 말들은 현실의 여성들은 말로만 끝냈지만, 결미에서의 엄정화는 행동으로 옮겼다.

 

어떻게 보면 남자가 바람피는 대다수는 욕망의 분출에서 시작하지만, 여자가 바람피는 대다수는 현실속 결혼에서 탈피해 위에서 말한 '동화속 결혼'을 꿈꾸기 위해 시도하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거꾸로도 존재하겠지만)

 

어쨌든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말한다. (누가? 기혼자들이..) 영화처럼 나도 모르게 배우자가 바람피고, 정신적으로 다른 이에게 의지하며, 혹은 다른 사람의 배우자가 자신에게 뭔가를 심하게 갈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현실속에서 알게된다면 정말 미친 짓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미친 짓때문에 태어나고, 사회가 이 미친 자들에게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이상하고 생각되지 않는가.

 

또 살아가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일런지도 모르는데, 그 안에서 미쳐봐야 얼마나 또 미치겠는가.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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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에서 사당으로 넘어가는 길의 제한 최고속도는 60이다. 그 길을 왜 그렇게 정해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일요일 아침에 그 길을 지나가는데, 옆에 마티즈 한대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내 차를 추월했다. 내 차가 60~70사이를 왔다갔다했으니, 그 차는 그 이상을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뒷 창을 보니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다른 차에 대한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그리고 정말 3~4살쯤 되어보이는 아이가 뒤에 타고 있었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 이 문구를 붙힌 이유는 내 차에 보호해야 될 대상이 타고 있으니까, 될 수 있으면 조심해서 운전해 달라는 것이다. 자신의 차에 무리하게 끼여들기도 하는 등 위협이 되는 행위를 삼가해 달라는 의미다. 실제 조카를 데리고 다니다보면, 평소 혼자 운전하고 다닐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이 그때만은 달라진다. 내 성격도 돌변하기도 한다. 때문에 저 문구를 달고 다니는 차가 보면 조심스러워진다.

 

그런데 그 마티즈를 보는 순간, 그 문구를 부착한 차가 다른 차에 '안전운전'을 요구하는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의무는 지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차가 다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본 몇몇 차들은 그러했다.

 

자신의 차에 보호해야 될 대상이 있음을 알리면서, 스스로는 그 대상을 보호할 자세가 안 되어 있는 것이다. 무리한 끼여들기에 과속, 신호위반을 하는 상황을 그 같은 문구를 붙힌채 뒤 차에 보여준다면 그 순간 그 차는 보호해제가 되는 것이다.

자기 아이 (조카일 수도 있겠지만)를 그 같이 소홀히 하는데, 다른 차인들 예의를 지킬리 만무하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란 문구는 '붙힌 자'에게 의무가 더 강하게 부여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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