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나 김건희를 보면 이번 정부는 참 재미있다. 문재인 대통령 때는 국민의힘이나 언론이 ‘논란’을 일으켰다. 즉 문제될 것이 없는 문재인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아 끄집어냈고, 보수 유튜버들이 이를 확산시켰다. 물론 문 대통령이나 정부 인사, 친정부 인물들이 모두 옳은 행동 옳은 말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억지로 까기’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문준용 씨 관련해 국민의힘이 억지로 뭔가 끄집어내려 했던 것은 정말 한심. 그런 곽상도가 50억 관련해서는 당당하게 다니는 것을 보면 이상한 세상이 된 것은 맞는 듯)
그런데 이번 정부는 스스로 상대에게 많은 소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정도면 오히려 “너희 이거 가지고 우리 공격 못하면 바보”라는 놀림 받을 수준이다. 그 중 최근 하이라이트는 단연 ‘김건희의 조명’이다.
시작은 더불어민주당 장경태다.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캄보디아 소년을 안고 있는 김건희 사진과 관련해 “조명까지 설치하고 (촬영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신과 사진 전문가들은 최소 2∼3개 조명까지 설치해서 사실상 현장스튜디오를 차려놓고 찍은 콘셉트 사진으로 분석한다”고 근거를 댔다.
당연히 대통령실은 반박한다. 조명을 사용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장경태를 고발했다. (이게 고발까지 갈 사안인지는 알아서들 생각하자)
그랬더니 오마이뉴스 등은 이것을 시뮬레이션까지 돌려보면 재구성했다 .즉 인위적인 조명은 없더라도, 휴대폰이든 뭐든 조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그림자를 관찰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통령실은 “해당 영상과 사진에서 김 여사의 얼굴이 빛에 반사돼 보이는 건 캄보디아 환아의 집에 있는 전등 불빛 때문이었다. 당시 현장 사진과 영상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즉 빛은 있었지만, 인위적인 조명이 아니고, 해당 집안의 전등 불빛 때문이라는 것이다.
애초 논란의 주제였던 ‘빈곤 포르노’는 사라지고, ‘김건희 조명’만 남은 셈이다. (빈곤 포르노는 주저리 쓰고 싶었지만, 한겨레가 정리를 너무 잘했고, 이와 연계해 박노자 교수가 또한번 언급을 잘했서 추후 그 둘의 글을 가져오는 것으로)
그런데 이번 논란이 애초 어떻게 발생했나를 따져보면 김건희가 정해진 일정에서 일탈해 ‘셀프 마케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한겨레 기사를 잠깐 보자.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런 사진이 나오게 된 전후 과정이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이번 일정이 원래 예정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병원에서 아동을 만나지 못하자 “아동의 집을 전격 방문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이를 위해 11월 12일과 13일 연속으로 캄보디아가 주최하는 각국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모두 불참했다.
대통령 순방 일정은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먼저 외교부와 현지 문화원 등에서 올라온 보고를 토대로 일정을 짠다. 그리고 대통령실이 순방 전에 현지답사를 나가 대통령에게 적절한 일정인지 확인한다. 이때 논란이 될 수 있는 일정은 취소하거나 상대국과 조율하는 등 신중하게 결정한다. 이를 볼 때 김 여사가 하루 만에 예정된 일정을 바꿔 갑자기 다른 나라 아동의 집을 찾아갔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즉 공식적인 프로그램은 제쳐두고 김건희는 본인 홍보를 위해 전격적으로 일탈을 했고, 이를 대통령실에서는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하던 막무가내 행동을 해외에 가서도 한 셈이다.
그런데 이러다보니 당연히 국내 언론들이 가질 못했을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국내 언론을 피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윤석열이나 김건희는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이미 ‘문제적 인간’임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얼마나 두려워할까. (전용기 안에서 기자간담회 안하고 자신이랑 친한 채널A 기자와 남편이 검사인 CBS 기자만 불러 이야기 나눈 것만 봐도 얼마나 진실된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인지 알수 있다.)
게다가 김건희는 저 아동의 집을 찾을 때 이미 머리 속에 자신이 연출하고 싶은 모습이 있었을 것이다. ‘이미지 메이킹’. 그림을 이미 한국에서 그려 갔을 텐데, 기자들이 와서 초를 치며 안된다. 취재 불가 지역. 그래야만 본인이 알아서 촬영하고, 편집해서 내보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내가 생각한 것이 과거 ‘정글의 법칙’ 주작 논란이다.
2013년 초 SBS ‘정글의 법칙’ 촬영을 위해 뉴질랜드로 간 박보영. 그런데 소속사 김상유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글의 법칙’ 촬여이 ‘개뻥’이라고 올린다. SBS는 반박에 나섰지만, 이미 이전에도 제기되었던 주작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즉 누구나 가볍게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을 마치 원주민들이 어렵게 가는 길이라 소개하고, 원주민들도 실제 원주민이 맞는지 등에 대한 의혹들이 터져 나왔다. (결국 김병만이 사과하고, 김상유도 사과하고..한동안 이 여파는 크게 갔다)
약 6개월간 진행된 이 논란에서 ‘검증할 수 없는 공간에서의 촬영’에 대한 문제도 언급됐다. ‘정글’이라는 공간을 내세웠기에, 제작진과 출연진 이외에는 누구도 어떻게 촬영되고, 진행되며, 편집되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것이 실제이든, 짜고 치는 고스톱이든 ‘결과물’만 보고 사람들은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름 대통령 부인이라는 사람이 외국에서의 행보를 비공개로 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빈곤 포르노’ 논란을 일으켰고, ‘조명’ 논란을 일으켰다.
검증 불가능한 공간에서 연출된 사진이기에, 대해 사실 언론이나 국민 누구도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당신은 왜 저기에 가서 저런 사진을 찍었나요?”라고 말이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더 자주 있을 것이다. 제대로 언론 앞에 나서지 못하는 윤석열과 김건희이기에. 앞으로도 4년 넘게 윤석열 임기가 남았다는 사실이 답답할 뿐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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