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는 김우빈의 출연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지만, 실상 웹툰을 조금 아는 사람들은 원작인, 투믹스에서 2016년부터 3년여간 연재한 <택배기사>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등장하는 캐릭터를 어떤 배우들이 어떻게 구현할지 관심을 갖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어설픈’ 상황이 되어 버렸다.
<택배기사>를 웹툰이나 넷플릭스에서 아직 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 잠시 줄거리를 이야기해보면 이렇다.
40년 전 혜성 충돌로 지구는 망했다. 내용에는 전 세계 99%가 사망하고 1%만이 살아남았고,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거의 사막화된 상황이라 전한다. 그런데 ‘세계’인지는 모르겠고, 일단 배경은 한반도, 그것도 서울이다. 다른 국가가 어찌 되었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대한민국 아니 서울은 세 개의 구역을 재편된다. 코어, 특별, 일반으로 그들은 모두 손등에 QR코드를 새겨 신분을 식별한다. 하지만 그들에 속하지 못한 이들이 있으니 난민이다.
이런 가운데 공기질을 쥐고 흔드는 천명그룹이 사실상 세상의 지배자다. 그리고 동시에 이들이 생산해내는 생필품과 산소를 전달하는 택배기사는 어마어마한 존재다. 현재 우리 집에 툭 택배를 던져놓고 가는 그런 사람이 아닌, 체력도 좋아야 하고, 싸움도 어마어마하게 잘 해야 하는 거의 ‘특수부대급’ 요원들이다. 특히 난민들이 신분을 취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택배기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영웅은 택배기사 5-8 (김우빈)이다.
대통령과 천명그룹 회장은 새로운 구역을 만들어 난민까지 끌어안으려 하지만, 회장 후계자 류석(송승헌)은 반대한다. 오히려 병 때문에 죽어가는 자신을 살리기 위해 특정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까지 감행한다. 5-8은 난민 출신 택배기사들을 규합해 천명그룹에 대항하는 블랙 나이트를 이끌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돌연변이 난민 윤사월(강유석)과 난민은 사월을 거둬 기른 군사령부 소령 설아(이솜)가 있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 6부작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설정은 기막히지만, 동시에 익숙하기도 하다. 혜성 충돌로 오염된 지구, 그리고 계급 사회, 탐욕에 눈 먼 기업, 자신만 살고자 하는 빌런의 등장, 그리고 시민저항군. <매드맥스>와 <설국열차>를 비롯해 수많은 디스토피아 드라마와 영화가 합쳐 있다.
여기에 ‘택배기사’의 역할이 부여됨으로서 소재가 색다르게 바뀐다. 웹툰이든 드라마든 이 부분이 확실히 강점이다. 택배기사가 중요한 존재이고, 영웅이 되는 설정은 쉽게 생각할 부분은 아니다. (물론 현실에서도 택배기사는 중요하다. 이들이 보이콧한 상황을 우리는 여러 번 겪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택배기사의 특별한 존재를 부각시키고, 이를 중심으로 여러 캐릭터를 엮인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5-8 김우빈만 보이고, 다른 택배기사들은 보이지 않고, 동시에 윤사월과 설아 역시 붕 떠 있다. 윤사월이 뭔가 해줄 것 같았는데, 그냥 5-8이 다한다. 여기에 설아 역시 그냥 김우빈에게 끌려만 다닌다. 빌런 역의 송승헌도 전혀 빌런 느낌이 나지 않는다. 자기 살자고 아이들에게 생체실험을 가했지만, 지극히 평평한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앞서 이야기한 택배기사의 특별함은 사라지고, 뻔한 디스토피아 소재를 이곳 저곳서 끌고 온 것이 더 확 부각되기 시작한다. “이 장면은 익숙한데”가 한두 번도 아니고 6화까지 보는 내내 나왔다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택배기사>가 한국에서는 불호가, 해외에서는 호평을 받는 이유 중에 하나도 이것일 것이다. 한국 대중들의 눈은 이미 어지간하면 만족 못할 수준으로 갔고, 어설픈 메시지를 담아 이리저리 짜깁기 한 작품에는 눈길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 어디서 봤는데”를 해외 팬들은 관대하게 받아들이지만, 우리는 “베꼈네”로 조롱 수준으로 격하된다.
괜찮은 소재지만 디스토피아 장르의 한계가 분명하다면, 캐릭터라도 잘 살렸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아주 많이 남는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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