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이 조카들 세뱃돈으로 만원을 세서 주자니 좀스러워 보이고, 5만원권을 주자니 되돌아 후회했다며 3만원권 지폐를 발행하자고 제안하자, 국민의힘 하태경이 연휴가 기자면 바로 3만원권 발행 촉구 국회 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에 대해 “세뱃돈은 우리 국민 모두가 주고받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전통문화다. 1만 원 세뱃돈은 좀 작고, 5만 원은 너무 부담이 되는 국민들이 대다수일 것”이라며 발의하겠다는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 사례까지 들었다.
그냥 만원짜리 3장 주자. 그게 좀스럽다는 이적이나, 그걸 또 냅다 받아서 국민들 시선 좀 받아보겠다는 하태경이나 설 연휴에 뭔 짓인지 모르겠다. 현재 이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지만, “2만원권이나 7만원권은 왜 언급 안하냐”며 비아냥 거리는 목소리도 있다.
반대하는 이유는 이렇다. 한 단위의 지폐가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고 자칫 또 이래저래 목소리 높여 논쟁화 될 과정이 있다. 특히 지폐에 들어가는 인물 선정 가지고도 한동안 시끄러울 것이다. 그 지폐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실제 적용해 만들기까지 또 세금이 투입된다. 10만원 수표 대신 5만원권을 만들자던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 가뜩이나 경제 어렵고 국가 재정 어렵다는 시기에 저런 뻘소리를 국회의원이 생각없이 하다니.
그리고 물가의 기준이 달라진다. 사실 반대의 가장 큰 이유가 이 때문인데, 3만원권이 만들어지면, 음식이든 술자리든 상품이든 일정 부분 이 ‘3만원’에 기준이 맞춰지는 분위기가 형성된 다. 1만원은 적고, 5만원은 많다고 느끼는 것이 비단 세뱃돈만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2만원에서 3만원 사이의 식사 자리는 이제 3만원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즉 5만원권 사용 기준이 3만원권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1만, 2만원 사용 기준이 3만원으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새로 지폐가 발행될 경우 ‘화폐적 환상’이 생겨서 물가를 올리고 자원배분을 왜곡한다. 실제로 EU에서 2002년 1월 유로화를 도입할 때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식당, 카페 등 서비스 부분이 그렇다. 우리가 5만원권 발행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1만원권으로 사고하던 지폐 단위가 5만원 단위로 움직였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게 다시 3만원권으로 다운되는 것이 아닌, 1만원권 단위 기준이 재차 3만원으로 세분화되어 또 한차례 올라가지 않아도 될 가격들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요즘에 지폐를 누가 사용하는가. 지폐 사용은 대부분의 축의금이나 세뱃돈 등이다. 신용카드는 물론 계좌이체로 점점 바뀌는 사회에서 축의금이나 세뱃돈 때문에 3만원권을 발행하자는 것인가. 한심함이.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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