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브로드웨이팀이 지난 8월 28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한국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지킬앤하이드' 라이선스 공연을 봤던 이들은 오리지널팀의 실력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과 뮤지컬 마니아들은 '브래드 리틀'이라는 이름에 끌려서 광화문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그리고 제작사인 트루뮤지컬컴퍼니의 대표인 임한성 프로듀서는 언론을 통해 관객들에게 브로드웨이팀과 라이선스팀의 공연을 별개로 봐주기를 요구했다. 그렇다면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이들은 어느 새 조승우와 브래드 리틀을, 류정한과 브래드 리틀을, 벨린다 월러스톤과 김선영을, 루시 몬더와 김소현을 비교하고 있었다.
'지킬앤하이드'는 원작을 제대로 읽지 않았고 뮤지컬을 보지 않았던 이들에게도 스토리는 널리 알려져있다. 뮤지컬을 보러가는 이들에게는 이를 얼마나 배우들이 무대에서 잘 표현하는가를 알고 싶어서 공연장을 찾는다. 이런 면에서 번역되어 전달되는 의미보다는 확실히 한국어로 감정 표현을 하는 라이선스 공연이 유리하다. 번역문이 뜨는 스크린과 무대를 번갈아가며 봐야하는 브로드웨이 공연보다는 무대와 뮤지컬 넘버를 한 눈으로 즐길 수 있는 라이선스 공연이 친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을 뺀다면 브로드웨이팀과 라이선스팀의 격차는 배우 개인에서 찾아야 될 듯 싶다.
'지킬앤 하이드' 브로드웨이팀은 사실 브래드 리틀의 브래드 리틀에 의한, 브래드 리틀을 위한 공연이다.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조승우나 류정한, 홍광호가 분명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지만, '지킬앤하이드' 공연을 풀어나가는 스토리 내에 존재하는 뛰어난 '한' 배우의 위치에 서 있다. 루시, 엠마를 비롯해 댄버스경, 존 어터슨 그리고 나머지 배우들과 각각의 영역을 나눠 돋보이거나 혹은 받혀주거나 한다. 그러나 브래드 리틀은 철저하게 자신을 중심으로 모든 스토리를 이끌고 간다. 루시나 엠마가 끼여들 여지가 없다. 편안한 음색과 감정 표현, 성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를 기본으로 무대를 쥐었다놨다하는 관록은 브래드 리틀만이 가능한 듯 싶었다.
이것이 가장 극적으로 보여지는 장면이 '지킬앤하이드'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과 '대결(Confrontation)'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라이선스 공연에서의 '지금 이 순간'은 극의 한 흐름으로 존재했다면, 브래드 리틀은 'This is the moment'을 말 그대로 그 순간만 존재토록 했다.
'대결(Confrontation)'은 보는 이들마다 달리 평가할 수 있겠지만, 라이선스 공연이 '현란함'을 선사했다면, 브래드 리틀은 '테크닉'의 정석을 보여줬다. 일부에서는 라이선스 버전이 다소 코믹스럽다고 했지만, 빛의 영향으로 둘 다 느껴지는 차이는 없다. 그러나 커트콜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준 카리스마와 여운은 라이선스 버전이 좀더 진했다.
루시와 엠마에 대해서는 라이선스 팀의 역량이 한 수 위라 할 수 있다. 성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김선영과 소냐, 김소형이 보여준 캐릭터를 비교해보면 그렇다. 술집 댄서이자 하이드에 갇혀 사는 루시의 천박하고 두려운 모습을 김선영과 소냐는 '푹' 빠져서 표현했다. 김소형과 임혜영 역시 엠마의 연약함과 사랑스러움을 보다 도드라지게 드러냈다. 일부의 설명과 같이 5년 간의 라이선스 공연에 익숙해져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지킬과 동등한 한 축의 여성으로 존재하는 라이선스 공연과 달리 브래드 리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브로드웨이 팀에서 이들의 역량이 제대로 보여지지 않은 측면도 있다.
임 대표의 말대로 이들 공연은 각각 달리 봐야 한다. 아니, 무대 공연은 각 회마다 모두 다른 공연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비교'의 재미 또한 뮤지컬 관객들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며, 무료 공연이 아닌 10만원대가 넘는 비싼 티켓을 사고 봐야 하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후회하지' 않은 공연을 선택키 위한 비교는 불가피할 듯 싶다.
한편 앞서 1일과 2일 공연에 브래드 리틀이 성대 이상으로 립싱크를 하거나 커버(대역 배우)가 대신 무대에 서서 관객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브래드 리틀에만 초점을 맞춰 무리하게 진행된 공연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었다.
사람의 생은 언제가 끝난다. 이를 거역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제 역시 결국은 생을 마감했다. 사람들의 생은 모두 똑같다. 그러나 역시 사회적으로 그 이름을 남기는 이들의 죽음은 대중들에게 충격을 준다.
2009년 대한민국에서는 매월 죽음의 소식을 들어야했다. 매년 자살이나 사망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곤 했지만, 올해처럼 충격적이고 사회적 여파가 큰 죽음의 소식은 없었다. 누구의 탓을 하지는 못한다. (뭐 일부 죽음은 한 인물에게 돌려도 될 듯) 단지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 뿐이다.
어느 분이 저에게 지적한 내용입니다. 제가 MB에 대해 글을 쓰자 좀더 확실히 알아보고 좀더 정확하게 좀더 객관적이고 온당한 수치를 내세워서 하라는 말을 하더군요. 시대가 올바르고 사람에 대한 예의가 살아있으며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에 대해서는 저 말이 통용이 됩니다. 그런데 그 스스로가 객관적이고 않고 귀를 틀어막았으며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으려 하는데 과연 왜 저만 객관적이고 얌전하게 비판을 해야할까요?
동네 주민 둘이 싸울 때 가만히 보면 한쪽은 정말 말이 안 통합니다. 그냥 빡빡 우겨대면서 귀는 틀어막습니다. 상대는 나름 이유를 들어 조목조목 따지다가 결국은 폭발합니다. 그러면 귀를 틀어막던 사람은 왜 욕하냐고, 제대로 나를 설득시키지 못했다며 상대를 윽박지릅니다. 이런 사람이 권력과 힘이 있다면 어떨지요.
경찰은 국민을 팹니다. 과거처럼 활자로 혹은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난리를 치던 때가 아닌 버젓이 동영상으로 그 사실을 수천만번 보여줍니다. 그런데 정부는 조용합니다. 무시를 하는거죠. 4대강 살리기 금액이 점점 늘어나면서 점점 대운하로 옮겨갑니다. 대통령은 대운하 안한다고 했지만, 필요하다고 매번 말합니다. 국민들 바보로 아는거죠. 대리투표 하면서 미디어악법 통과시켜 놓고 자축합니다. 민주주의의 승리랍니다. 법 어겨가면서 골프치고 있을 (뭐 그렇다는거죠) 의원 대신해 눌러주고 웃습니다. 국민들 죽이겠다는거죠.
대통령이 제 정신이 아니고 세상은 미쳐가며 사람들을 죽어가는데, 공자왈맹자왈 차분하게 대통령에게, 여당에게 말하라고요? 그거 많이 했죠. 그런데 사람들이 군자가 아닌 이상 (군자도 그리 못할 듯) 힘들더군요.
몇 번 이야기했지만 대통령이 귀만 열면 간단한 문제입니다. 뭐가 문제인지 노무현 전 대통령때처럼 국민과 진짜 토론 제대로 한번 해보면됩니다. (매번 취소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앉혀놓고 이야기 나누니 원)
미쳐가는 세상에는 가끔 공정하고 객관적인 것이 필요한 사람들도 같이 미쳐서 반박하고 싸움 한번 붙는 것도 괜찮을 듯 싶네요
- 아해소리 -
PS.
대통령이 충북 괴산고에 가서 쇼를 했습니다.
그게 블로그에 오르고 기사화가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우리 MB지지자들이 난리가 나서 댓글을 올립니다. 철없는 아이들의 글 보고 블로그에 올리고 기사를 썼다고요. 그 철없는 아이들이 촛불 들고 광장에 섰을 때가 1년 전입니다. 대통령 고개 숙였습니다. 물론 나중에는 다시 국민들 때려잡았지만요. 지금 MB 지지하며 허리에 가스총 차고, 전임 대통령 보고 자살하라고 소리치는 꼴통들보다는 이 아이들이 훨씬 괜찮은 국민입니다.
PS2, 요즘 절실히 느끼지만 정말 사람을 잘 뽑아야됩니다. 그리고 인사는 만사라고 사람 잘 배치해야 합니다. 그 한 사람이 한 국가를, 한 조직을 송두리째 말아먹을 수 있음을 요즘 새삼 느낍니다.
사실 각자 조금은 다른 라인업으로 인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것 자체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숫자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그러나 한 행사를 주관했던 두 기획사가 갈려 처음으로 경쟁 관계로 승부를 내는 측에서는 숫자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그것이 내년에 개최할 행사에까지 그 영향을 미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한국 록페스티벌의 대표 브랜드인 인천 펜타포트 페스티벌은 올해 '롱런'의 갈림길에 섰었다. 일단 해외 유명 아티스트를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 빼앗긴 형태로 진행되어 과연 록 마니아들이 얼마나 몰릴 것인지 의구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페스티벌 주최사인 아이예스컴 측이 라인업보다는 '펜타포트'라는 브랜드에 기대어 사람들에게 록 축제는 음악 만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마니아들에게 즐길꺼리를 제공함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24일 페스티벌 첫째날 오후 7시까지 집계된 참가자 수는 5천여명. 그러나 주최측은 당일 1만여명을 예상했고 25일에는 약 2만 5천여명, 그리고 26일에는 1만5천여명 등 총 4만 5천여명이 인천 펜타포트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숫자는 지난 해와 비슷하다.
물론 이같은 관객몰이에는 지난 해에 비해 50%나 낮춘 티켓 가격이 한 몫 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10만원대가 안되는 가격으로 3일간 음악과 젊은 그리고 사람을 즐길 수 있는데 누가 주저하랴.
이때문에 "1만여 관객들이 찾아 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예년 못지 않은 관객수로 여전한 아성을 뽐냈다"고 자평한 펜타포트 주최측의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이미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 도는 초대권 남발도 1만여 팬을 모으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첫 날 1만 5천여 록 마니아들을 새로운 공간인 지산밸리로 끌어들인 옐로우나인 측은 고무적이다. 비록 해외 라인업이 펜타포트에 비해 강하긴 했지만 신생 페스티벌이며 현재 록 마니아들로부터 팬들의 즐거움을 빼앗은 배신자 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펜타포트에 비해 가격이 높아 해외 라인업에 대해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 이상 '록 페스티벌' 그 자체를 즐기려는 이들에게 외면받을 소지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관객 숫자로는 펜타포트를 압도했다. 첫날 현장 판매분이 모두 판매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어느 정도 록 마니아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뭐 금요일자 티켓 한 상자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는 등 운영 면에서 부실한 것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올 초부터 지적해왔듯이 이 둘의 이러한 '쓸데없는' 경쟁으로 인해 록 마니아들은 답답한 마음을 한 켠에 갖고 올 해 축제를 양쪽에서 즐겨야했다. 어느 록 마니아는 금요일에는 지산에서 토요일에는 다시 펜타포트로 그리고 일요일에는 지산으로 다시 돌아오는 강행군을 선택하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라인업에 따라 힘겹게 움직이는 것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돌아갔다.
단지 많은 상품을 팔고 좀더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며 쉴새없이 즐길꺼리를 제공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어찌되었든 음악을 즐기러 온 이들에게는 멋진 아티스트들의 좋은 음악을 듣고 싶을 뿐인 셈이다.
첫날 관객수로는 지산밸리가 승리했지만 록 마니아들 입장에서는 그저 그런 '짜증나는' 경쟁인 셈이다.
- 아해소리 -
PS. 지산밸리 첫날 헤드라이너인 '위저'는 이날 음악성보다는 쇼맨십으로 한국 팬들을 이끌었다. 공연이라기보다는 행사라는 기분이 들었던 것은 왜일까.
웹크롤링 매체. 뭐 이 중 정말 제대로 된 매체들도 있지만, 검색어만 따라가면서 다른 기사를 베끼는 일명 '듣보잡' (듣도 보도 못한 잡것들)도 꽤 많다. 어찌보면 거의 대부분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들을 매체라 말하는 것도 웃기다. 기자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사진 기자만 계약직으로 채용해 연에-문화 등 클릭을 유도할 수 있을만한 내용만 찾는다. 이들은 대부분 검색어 따라잡기를 시도해 많은 클릭을 유도하고 그것을 통해 광고를 따내는 수익 구조를 갖는다.
뭐 이것이 하나의 사업 방식이라면 그렇다 치자.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를 통해 광고를 따낼 대상들에게 협박 혹은 자랑을 한다는 것이다.
근래 만난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그 어떤 기사든지, 우리 기사를 많이 내보내 덮어버릴 수 있다"며 광고를 요구했다. 이 공연기획사는 저작권 문제로 다소 골치 아픈 문제를 안고 있었다. 한마디로 저작권 싸움을 벌이는 상대방 측이 어떤 보도자료를 내던지, 자신들이 거꾸로 많이 써서 내보내 엎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말 안들으면 그 반대로 행하겠다는 일종의 협박이나 다름없다.
그럴 수 있냐고? 뭐 검색어 몇 번 클릭해본 사람은 안다. 웹크롤링 즉 포털과 정식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검색어만 보고 내용도 없이, 취재도 없이 상황 파악도 없이 (그 중에서는 보도자료도 가지 않았는데, 친절하게 연예인 홍보해주는 곳도 많다) 그냥 똑같은 기사를 써내려가는 '듣보잡'들을 많이 보게 된다.
같은 기사를 몇 번이나 내보내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조금 달라 보이게 하려고 제목이나 내용을 추측해 써내려가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기획사들은 '듣보잡'들을 질려한다. 돈을 요구하는 것은 부차적이고, 사실상 자기들 말 잘 들으라고 한다. 도대체 매체, 기사, 언론, 기자 이런 개념을 최소한 1%라도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잘된 것은 잘된 것이라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뭘 어떻게 써야하는지, 그리고 상대 취재원들을 대하는 태도가 어찌해야 하는지는 제대로 배웠으면 한다.
하나 더. 이에 대해 포털들을 책임은 없는지 궁금하다. 포털들은 연예 관련 단어가 가득한 실시간 검색어를 너무 사랑하는 듯 싶다.
영화 '오감도'가 내세운 것은 '에로스 그 이상의 사랑이야기'다. 이러한 전제 하에 짜릿하고 애절하며 자극적이고 치명적인 사랑이야기를 펼쳐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본 이들에게 전해오는 것은 자극적인 문구로 나열해 관객들이 맘껏 상상력을 펼치게 했던 것과는 달리, 공감대를 형성했거나 혹은 동경했을 법한 '다양한' 사랑 이야기로 종합된다.
일단 시놉시스의 대략적인 줄거리만 보면 그야말로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처음 만난 남자와 여자가 탐색전을 벌이다 결국 밤을 보내게 되거나, 두명의 여배우가 괴팍한 영화감독을 길들이기 위해 과감한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보인다. 또 남편의 애인과 동거를 시작하지만 결국은 얽히고 설킨 복잡한 관계가 드러나는 스토리가 진행되거나, 또 세 쌍의 고등학생 커플들이 서로간의 애인을 바꾸며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영상이 아닌 텍스트로 풀어낸 '오감도'는 자극적이다 못해 반사회적인 느낌마저 안겨준다. 앞서 '파격'이라는 단어를 던지며 엇갈린 평가를 받았던 영화 '미인도'와 '쌍화점'보다도 몇 걸음 앞서간 느낌마저 준다. '동시대의 에로스'라는 점에서 '오감도'에 대한 텍스트적인 상상력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그러나 막상 영상화된 영화를 대하게 되면 앞서 말했듯이 '다양한' (혹은 기이한) 사랑 이야기로 방향을 선회한다. 그렇다고해서 텍스트가 제시한 던진 문구들이 영상의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단지 표현의 방식이 관객들이 상상한 수준에서 전혀 다른 형식을 선보일 뿐이다.
이때문에 여배우들의 노출 장면도 최근 한국영화가 보여준 수준보다도 그 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뛰어난 몸매의 9명의 여배우들은 몸매를 자랑할지언정 그들의 '몸'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일부 장면에서 대역을 쓰기는 했지만, 배종옥만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일 뿐이다.
단지 5명의 감독들이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만든만큼 롤러코스터 같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일정한 흐름을 탔으면 좋을 법했다. '짜릿한 사랑' (장혁, 차현정)에서의 현실적이고 동경하는 사랑에서 '애절한 사랑' (김강우, 차수연)으로 넘어가며 잔잔하면서도 툭 끊기는 듯한 감정선은, 이후의 흐름도 평평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자극적인 사랑' (배종옥, 김수로, 김민선)과 '치명적인 사랑' (엄정화, 황정민, 김효진)은 다소 엽기적인 변화를 시도하며 '공감'에서 '판타지 호러'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그러다 다시 '도발적인 사랑' (이시영, 김동욱, 신세경, 정의철, 이성민, 송중기)에서 롤러코스터의 급브레이크를 잡고 만다.
결국 관객들은 5편의 영화를 각각 독립적으로 보던지, '에로스'라는 주제로 묶어 풀어나가던지 약간은 고민을 해야될 듯 싶다. 이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니가 안 싸우면 내가 죽어. 안싸우는 것도 좋은데 남들한테까지 시간낭비라고 떠는 너같은 개새끼때문에 난 피투성이야. 좀 있으면 숨이 끊어지겠지. 너 내가 진흙탕 속에서 숨막혀 비명 지르는 동안 존나 우아하게 살하서 좋겠다? 씨발새끼야. 나가. 다시 오지마. 난 내 적들보다 너같이 팬이라고 착각하는 새끼들 존나 싫어. 언제가 내가 자살하거든 내 적들이 아니라 니가 죽인거라고 거나 알아둬라. 나가. 나가 씨발새끼야"
뭐 신해철의 성격상 굉장히 이해할 수 있는 욕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들어 더 괴팍해졌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그것이 MB정권하의 쓰레기 정책들과 골통 보수들의 난립으로 그런 것일 수도 있겠고, 신해철 개인의 어떤 사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신해철의 저 댓글을 읽으며 느낀 것은 이미 이 사회가 순화된 언어로 누군가와 싸우거나 토론하기는 글러먹은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항의를 해도, 비판을 해도 씨알이 먹히는 사회가 되어버리니 이런 정서가 국민 전체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그러다보니 자신의 주장을 다른 이에게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거친 언어와 자극적 언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 글을 읽기 전에 6월 26일 신해철이 근황으로 적은 글이 더 재미있다.
'기사화 금지'
그냥 조용히 주위 사람들과 조용히 여러 소회들을 나누고 싶다. 기사화하지 말아달라.
사실 별 내용도 없다. 기사감 될 만한 얘기는 때 되면 드리겠다. 나 좀 내 팬들하고 잠시라도 조용히 지내게 해 달라. 이렇게 구걸하다시피 부탁하는대도 짓밟고 들어오면, 한놈이 죽어나갈 때까지 싸우자는 뜻으로 이해하겠다.
신해철을 대상으로 하는 기사는 언제나 저 자극성과 폭력성 그리고 거친 언어가 동시에 존재하니 기자들에게는 좋은(?) '꺼리'가 되니, 말 한마디도 크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에 지쳤나보다.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 이 말은 동방예의지국이라 칭하는 대한민국에서 금과옥조처럼 받들여진 말이다. 어른 앞에서 댓거리도 하지 말아야 하고, 어른의 말은 그 어느 순서부터 우선이었다. "어디 나이도 어린 것이" "너 몇 살이야" "너는 애미애비도 없냐"는 말은 '옳다''그르다'에 앞서 위치해 있었다.
이같은 상황이 가능했던 것은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지혜'때문이었다. 정보 유통이 느리고, 공유가 어려웠으며 체계적인 정리가 안되어있던 농업사회에서는 오랜 시간 배우고 몸으로 익힌 어른들의 삶과 지식, 지헤는 필수적이었다. 그들보다 몰랐기에 나이 어린 이들은 그들은 존경하고 우러러봤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어른들의 지식과 지혜를 '나이 어린 것들'이 뛰어넘기 시작했다. 그들의 오래된 삶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나 지식과 지혜를 존경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어론을 공경해야 한다'는 진리는 '올바른 정신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진짜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범위로 좁혀지기 시작했다. 어른 같지 않은 어른은 대접받지 못한 세상이 된 것이다. 도리어 거꾸로 '어린 놈들'입에서는 "저렇게 늙지 말아야겠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지식이, 지혜가 먹히지 않으며 권위를 존중받지 못하자 우리네 어르신(?)들이 이제 손수 몸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가스통 들고 다닌 것은 물론이요, 가스총까지 쏘신다. 그러더니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가볍게 짓밟았다. 경찰은 그런 어른신들을 공경한다는 차원에서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었다. 중구청은 이런 어르신들의 뜻을 이어받아 오전에 짓밟힌 분향소를 하루도 지나지 않아 9개 중대의 경찰을 동원해 가뿐하게 철거해 버렸다.
군복 입은 미친 어르신들이 결국 승리했다. 어떻게 보면 이들도 불쌍한 이들이다. 과거 자신들의 모습에만 사로잡혀, 평소에는 세상 삶에 대해 직시하지 못하다가 군복만 입으면 50년대로, 60년대로 돌아가 씩씩한 청춘으로 돌아가니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청춘을 바로 제대로 살려준 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다.
삶의 생존권을 부둥키고 살아보고자 하는 용산 철거민들에게는 '도심 테러'라 규정 짓고 몇 가뿐하게 죽여주시더니, 할일 없는 노인네들 보여 시계추 거꾸로 돌리며 시민들에게 피해 입히는 것에 대해서는 무한 관대하며, 노인 경로사상을 펼치고 있다. 물론 모든 이들에게 노인 경로 사상을 펼치지는 않는다. 군복 입지 않으신 분들은 사회 혜택 못받는다.
군복입은 정신나간 어르신들에게 그 노인 경로 사상은 무한대로 확대된다. 도심 테러를 저지른 국민행동본부라는 아직도 전쟁을 그리워하는 미친 할배들의 모임에 3천여만원이 지원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세금이다.
변희재가 자신의 돈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을 치루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을때, 난 내 돈으로 이명박 월급 주는 거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것은 한 술 더 뜬다. 누가 내 돈 가지고 마음대로 미친 어르신들 지원하라고 했나. 변희재가 답해주길 바란다.
아무튼 대단한 대한민국이다.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밑의 논공행상이나 바라는 거지 새끼들은 떡고물 바라며 낙하산으로 이리저리 배치되고, 그 첨병에는 양촌리에서 삽질하던 유인촌이 '세뇌' 운운하며 대한민국 문화계에 대고 삽질하고 있고, 경찰은 방패로 자기들에게 월급 주는 국민들 뒷통수 갈기고, 이제는 군복입은 미친 어르신들까지 총 들고 도심에서 설쳐댄다.
21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가 개최된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대운동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길었다. 지난 5월 마지막주 봉하의 추모행렬, 그리고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의 추모행렬을 보는 듯 했다. 줄의 길이가 그런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사람들의 질서 정연함과 표정이 닮아있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혹은 혼자서 노란색 풍선과 스카프를 들고, 다시 노란색 풍선으로 길게 연결된 길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7시가 지나자 2500여 좌석과 운동장 옆 스탠드는 순식간에 노란색 물결로 가득찼다. 운동장 뒤편에는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에 걸려있던 노 전 대통령이 그려진 걸개 그림이 걸려있고, 이를 둘러싼 풍선들에는 시민들이 적어놓은 글귀들이 가득했다. 가운데 좌석에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전 장관을 비롯해, 이해찬 전 국무총리,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명계남 전 노사모 대표 등이 자리했다. 노란색 풍선으로 만들어진 입구의 안내줄은 왔다갔다하며 시민들을 안내했다.
"여러분 조금만 앞으로 그리고 옆으로 움직여 주시길 바랍니다. 아직도 밖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 들어오려고 역곡역까지 2만여명의 줄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분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십시오"
주최측의 말이 끝나고 사람들은 앞과 뒤로 자리를 움직였다. 공간이 생긴 곳에는 새로 의자가 놓였고, 의자가 놓이지 못하는 곳에는 사람들이 종이를 깔고 앉았다. '앞에 앉아주세요'라는 말은 종종 들렸지만, 자리 다툼은 보기 어려웠다. 7시 30분이 되자 박종훈 연세대 총학생회장이 무대에 올라 시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건넸다. 연세대에서 공연이 주최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그러나 운동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이 젊은 대학 총학생회장의 미안함을 없애줬다.
"오늘만큼은 진짜 희망의 바람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오늘 이 자리, 다시 바람이 부는 이 자리, 다시 바람이 느껴지십니까? 바람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바람을 향해 뜁시다. 함께 뛰시겠습니까? 우리 그동안 너무 지쳤습니다. 너무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진짜 희망의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를 맡은 배우 권해효의 이 첫 말은 이날 왜 추모공연이 '다시, 바람이 분다'인지를 1만여 시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했다. 그리고 권해효는 연세대측의 공연 불허로 공연을 성공회대에서 개최한 것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말에는 이 땅의 사법권력에 대한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연세대도 애 많이 썼습니다. 내일 사법고시 2차 보시는 분들 꼭 좋은 성적 올리시길 바랍니다. 그저 아주 작은 바람이 있다면 혹 연수원에서 졸업해 검사, 판사, 변호사 등 법조직으로 갔을 때 좋은 법조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법조인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는 이렇게 관대하고 너그럽습니다. 그렇지요?"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대상이 사법 개혁의 대상이면서도 스스로 개혁하기 꺼려하며 국민들에게만 칼 끝을 겨누는 사법권력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가 끝난 후 무대에 오른 이들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었다. 첫 곡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을 부른 이들은 "재임시절 당신은 '과거의 썩은 다리로는 미래의 강을 건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당신께서는 당신의 생명을 바쳐 오늘 우리에게 거대한 다리를 남겨주고 가셨습니다. 그 다리로 이제 우리는 미래로 가겠습니다. 당신께서 생전에 좋아하셨던 노래 '타는 목마름으로'를 올려드리겠습니다"라며 '타는 목마름'과 '광야에서'를 연이어 불렀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 사이에서는 촬영을 하던 KBS 기자들이 시민들의 항의로 밀려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시민은 KBS 카메라 앞부분에 모자를 씌우는 등 촬영을 저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록밴드 '피아'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자신들을 모른다는 것을 의식한 듯 "아마 오늘 출연자 중 저희가 가장 막내일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저희는 울지 모릅니다"라며 분위기를 돋운 후 시민들을 서서 즐기게 만들었다. '피아'의 무대는 추모콘서트라기 보다는 록페스티벌에 가까웠다. 시민들은 일어나 노란 손수건이나 풍선을 흔들며 '피아'의 공연을 즐겼다.
노래패 '우리나라'는 그대로 이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그 하늘 그 향기'를 부른 '우리나라'는 "누가 민주주의를 죽였습니까? 누가 이 땅의 민주주의를 벼랑 끝에서 밀었습니까? 누가 이 땅의 민주주의를 길거리에서 팼습니까? 시민 여러분 이제 우리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다시 광화문에서 만납시다"라며 '다시 광화문에서'를 불렀다.
이어 무대에 오른 권해효는 "이럴 때 사회자가 광화문에 나가자고 해야 하는데,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광화문에 나가기 싫습니다. 그냥 투표를 열심히 잘하겠습니다"라며 현 정부에 대해 비판했고, 곧 "혹자들은 색안경을 끼고 이 문화콘서트, 추모콘서트를 바라보고 있다고 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분이 나온다니까 또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떠나가신 그분의 가치와 이상에 대해 늘 가까이에서 현실 정치에서 대변하기 위해 애쓰던 분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봉하마을을 지키셨죠.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을 모시겠습니다"라며 참석한 유 전 장관을 무대에 올렸다.
유시민 "우리는 사랑할만한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유 전 장관은 "故 노무현 대통령님의 유가족을 대신해 감사 인사드립니다"라고 운을 뗀 후 "수 많은 국민들이 상주된 심정으로 국민장을 치룬 지 한달이 다 되어갑니다. 여기 모두 노무현이란 한 사람에 대해 저마다 특별한 감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고인의 삶과 죽음에 대해 평가할 때가 아닌, 좋은 기억을 더듬어야 할 때입니다. 내 마음의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님은 떠난보낸 후 저는 제 자신에게 물어봤습니다. 저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좋은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인간 노무현은 반칙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정말 반칙하지 않고 성공했습니다. 판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었고 국회의원이 되었고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성공한 다음에는 부당한 특권을 누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정말로 그를 사랑했던 이유는 그가 작은 허물도 크게 부끄러워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된 후에도 그는 언제나 부끄러움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가 완벽하기에 사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실수도, 오판도 하지만 작은 잘못이라도 깨달았을 때는 크게 자신을 자책했기에 저는 그를 사랑했습니다. 저는 이제 더 큰 용기를 내서 말합니다. 우리는 사랑할만한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했습니다"라며 노 전 대통령을 회상했다.
이어 유 전 장관은 "저는 오늘 그 분이 저에게 주었던 위로의 말씀을 여러분 모두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여러분, 우리 서로 따뜻한 위로를 나눕시다. 이 가슴에, 여러분의 가슴에 인간 노무현의 기억, 사람사는 세상의 꿈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임을 굳게 믿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여러분, 바람이 되어 여기 오신 그분을 느끼십니까. 그분을 향해 제가 준비한 마지막 구절을 함께 외치고자 합니다"라며 끝을 맺었다.
'안치환과 자유'의 무대는 무거웠고 동시에 거칠었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부를 때는 모두가 화답했고, '개새끼들'을 부를 때는 환호했다. 그 '개새끼'의 상대를 아는 시민들은 소리를 질렀다. 일부에서는 아예 이름 자체를 지적하며 나섰다.
안치환은 "오늘 저는 사실 추모의 마음만을 가지고 이 자리에 함께하는 건 아닙니다. 더군다나 이제는 추모의 마음과 함께 살아남는 자들이 할 몫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야 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을 새라고 표현한다면 좌우의 날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자신이 추모콘서트에 참석한 의미를 전했다.
'신해철과 넥스트'의 무대는 놀라움과 슬픔으로 시작했다. 삭발을 하고 무대에 오른 신해철의 모습에 사람들은 놀라워하면서도 열광했다. 이후 '민물장어의 꿈'을 부른 신해철은 마이크를 잡고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신해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인 것은 누구일까요? 이명박 정부? 조선일보? 아닙니다. 접니다. 그리고 바로 우리입니다. 저는 가해자라서 문상하러 가지 않았고, 담배 하나 드리지 못했습니다. 쥐구멍에 숨고 싶은 생각 뿐인데,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노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그 죄의식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고, 죽을 때까지 이는 우리 발목에 쇠사슬로 묶여 있을 것"이라며 미안함을 드러냈다.
뒤이어 전인권의 무대와 '일어나라 열사여' 편지가 낭독된 후에는 사회를 보던 권해효가 무대에 올라 '92년 장마, 종로에서' 노랠르 불러 시민들을 놀래켰다. 권해효는 노래를 부른 뒤 "17년된 이야기가, 이 시가, 이 음악이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것은 무척 가슴아픈 일입니다"라고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강산에와 윈디시티는 또다시 무거웠던 분위기를 풀어줬고, 이어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영상메시지가 전해졌다. 신 교수는 메시지를 통해 "시대가 바다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자신을 낮추는 것입니다. 바다는 가장 낮은 물이지만 가장 큰 물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시내를 다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바다'입니다. 시냇물이 바다가 될 수 있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 변화입니다. 변화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낡은 사고, 낡은 방식을 버리고 새롭게 변화해야 합니다. 아픔을 넘어 분노를 넘어 '민중의 바다'를 만들어내야 합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 무대는 YB가 장식했다. 예정시간 1시간여나 늦게 무대에 올랐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윤도현은 '너를 보내고'를 부른 뒤 "저희가 7년 전에 ‘바람이 분다’라는 공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바람이 분다. 7년전에는 그 공연 제목이 왜 이렇게 붙였는지 이해가 안됐는데 이젠 그 바람의 의미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바람은 오늘처럼 '자유의 바람', '생명의 바람', 그리고 함께 살려는 '공존의 바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희망의 바람'인 것 같습니다. 오늘 다시 희망의 바람이 우리 안에 깊게 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해 시민들을 열광케했다.
공연은 11시 30분께 끝났다. 예정보다 1시간 30분여나 늦은 시간이다. 한껏 덥던 날씨는 약간의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이날 성공회대 대운동장을 찾은 시민들의 숫자에 대해 주최측은 1만여명, 경찰측은 6천여명이라는 통계를 냈다.
그러나 이날 공연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주변에서 길게 앉아 '들리기만'하는 추모콘서트를 즐기는 이들부터 시작해 건물 뒤쪽에서 '그들만의' 추모콘서트를 연 이들까지 고려하면 콘서트 참여 숫자는 사실상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날 콘서트는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 됐다. 이런저런 상황을 생각하면 성공회대 대운동장 현장에서 추모콘서트에 참가한 이들의 '숫자'는 무의미한 것이었다. 아직도 지금 시대에 참여자 숫자로 그 세를 따지는 것이 우습다.
전여옥을지지하는모임(전지모) 최정수 회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지모 홈페이지에 올린 '김대중씨의 국가내란죄성 발언에 대한 전지모의 입장'이란 제목의 글에서 "민주당과 진보세력들은 분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최대한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고 어느 정도 수확을 얻은게 사실"이라며 "김대중씨도 차라리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을 하라. 그러면 또한번 한무리들의 굿판이 경복궁 앞에서 벌어져 또 한명의 자살열사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정권에 항거하라고 하는 김대중씨는 이제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한다"며 "차라리 국민 앞에서 사라지든지 아니면 본인이 은덕을 베푼 북한으로 돌아가 편한 여생을 보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 국민의 화합을 주장해도 부족할 상황에서 국민을 분열하고 더 나아가 현 정권에 저항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김대중씨는 국가내란죄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전여옥 의원도 1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인간 노무현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벼랑끝전술'하듯 구사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어 "지금에야 열렬히 사모한다며 '노사모당'을 자처하는 민주당, 딱하다"며 "어느 네티즌의 댓글 그대로 '별거한 남편 내치더니 죽자마자 보험금 챙기러 온 아내'와 진배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또 보수논객 조갑제씨도 '조갑제닷컴'에서 '호남인들의 선택 "김대중이냐, 대한민국이냐"'라는 제목의 글에서 부마사태 등을 거론하며 "경상도 출신 박정희, 전두환 두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역행한다고 판단했을 때 경상도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 두 사람의 정치적 운명을 바꾼 적이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 6.15 선언을 실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6.15 선언대로 하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국가정통성을 포기해야 한다. 이는 국체 변경을 뜻한다. 따라서 김대중씨는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국가변란을 선동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 땅에서 사라져 주길 바라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민주화 10년'은 과거 군사 정권과 같은 시기로 회귀하려는 이들에게는 눈엣가시이기 때문이다. 그 중 한명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했으니, 그를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어떻게 해보겠다는 셈이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유언장을 근거(?)로 화합을 내세운다. 그러나 그 화합을 실질적으로 저버리고 있는 것은 보수세력이다. 상대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은 현 시대를 보면 알 수 있다. 광장을 닫고, 귀를 닫고, 눈을 감고 입만 연 현재의 집권 세력이 모두 열지 않는 이상, 화합은 절대 불가능하다. 그들에게 화합은 상대가 없어지지거나 무조건 항복해 자신들의 말만 따라오길 바라는 것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