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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패치라는 매체가 있다. 옛 스포츠서울닷컴에서 파파라치식 취재를 하던 멤버들이 고스란히 나와 만든 매체다. 그 매체 구성원을 소개하는 페이지가 있는데, 임근호 기자에 대해 소개를 하면서 "스타의 사생활 요구는 욕심이라고 우김"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최근 서태지와 이지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이 부분은 다시금 생각해볼 문제라 여겨졌다.

 

 

이지아의 사진 자작극과 연예인 '거짓말' 홍보 전략.

이지아의 사진 게재 자작극 논란에 대해 소속사측이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단지 자신네 회사 웹마스터가 인터넷상에 게재한 것 뿐이라고 한다.  서태지, 대중의 마음 잘못 짚다…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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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이지아

 

개인의 사생활은 분명 보호받아야 된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이 인간사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집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온 동네가 난리다. 아주머니들은 모여 수근대고, 아저씨들도 술자리에서 그 일을 입에 올린다. 다른 사람의 은밀한 사생활에 대한 관음증은 아마도 인류가 만들어지고 계속되어졌다. 그리고 "난 아니다"라고 여기서 한발짝 벗어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위선일 뿐이다. 그들은 철저하게 자신에게만 집중할까? 절대 아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소개받고 싶다.

 

그런데 이 '개인'이 '연예인'이란 직업으로 넘어가면서 갑자기 '논란'으로 변신한다. 연예인의 사생활이 보호되어야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개인'과 구분되는 이 '연예인'이라는 직종에 있는 사람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당연하다"고 말하고, 일부에서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적의 의견부터 밝히고 가면, '연예인 개인의 한해서는' 공개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이 연예인의 가족과 주변인에게 피해를 주는 정도라면, 문제지만 연예인 개인에 한정되어서는 다른 문제다.

 

 

이유는 간단하다. 연예인들은 그 스스로가 상품이다. 그들의 외모와 태도, 성격 등 모두가 하나의 상품을 구성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을 내세워 수입을 올린다. 그러기 위해서 유명 기획사에 들어가고, 방송에 나가려 한다. 여기서 몸 가치를 올려, 광고와 행사 등을 통해 어마어마한 수입을 올린다. 때로는 그것을 위해서 방송에 나와 사생활을 팔기도 한다. 과거에 헤어진 이성을 팔기도 하고, 직찍이라는 사진을 올린다. 기획사 역시 이같은 사생활 마케팅을 펼친다. 그런데 이게 불리하면 태도가 바뀐다. '사생활 보호'라는 방패 뒤에 숨는 것이다.

 

연예인은 이미지로 먹고 산다. 때문에 자신을 거짓 뒤에 숨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밝혀질 경우 일어날 파장은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다. 그런데 사생활을 통해 이미지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이유로 보호를 요구한다. 그렇다면 연예인을 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일반적인 개인도 어느 정도 주변인들에게 사생활 침입을 받는다. "남의 일에 간섭마"라는 말을 너무나 쉽게 듣는다. 그런데 온 국민을 대상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팔아 돈을 버는 연예인들이 "우리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생활 침입을 축소시키려먼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 된다.

 

어느 이들은 말한다. 가수는 음악만 잘 만들어 들려주고, 연기는 연기만 잘하면 되는데 그들이 열애를 하든 이혼을 하든 왜 상관해야되냐고. 첫째는 이미 앞서 말했듯이 그들은 자신을 상품화해 돈을 벌기 때문에 그들의 사생활은 동시에 '연예인'이란 상품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다. 두번째는 그들이 가진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다.

 

연예인이 자살하면 팬들은 따라하는 이들이 있다. 일반인들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또 거기서 나온 연예인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삶의 어려움을 일부 회피하려고 한다. 과거 5공때 3S 정책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려 하는 것이 이를 알기 때문이다. 즉 연예인과 그들을 통해 나오는 작품들이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때문에 이들의 행동은 감시받고 평가받아야 한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보다 유명 연예인의 말 한마디가 대중의 마음을 더 움직인다. 그래서 이들에 대해 '공인' 논란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들의 사생활은 그냥 놔둬야 된다? 그건 아니다.

 

여기서 또 딴죽이 들어올 수 있다. 악플이나 무분별한 과거 파헤치기는 어찌할 것이냐는 것이다. 이야기 제대로 하자. 사생활의 공개가 악의적인 내용까지 공개되는 것을 용인하자는 것은 아니다. 가족에게까지 피해가 가는 것은 사생활 공개의 영역이 아닌, 그냥 '나쁜 짓'이다. 연예인끼리 데이트 하는 장면을 포착해 내보내는 것을 보고 "사생활 보호하자"고 난리치는 것은 이해 못하지만, 연예인이 사고쳤다고 그 부모님들 사진까지 공개하는 것은 엄연한 사생활 침해다. 선은 분명히 긋고 가야한다.

 

하나 더, 서태지 이지아의 이혼 소식이 들려오자 몇몇 근엄하신 분들이 이런 말을 한다. "저게 뭐 중요한 뉴스라고 저 난리냐. 저들이 정책을 만드냐, 정치를 하냐"라고 말이다. 뉴스 가치로 봤을 때 정책적으로 중요한 내용이 있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내용이 있다. 연예인의 자살은 정책적으로 중요한 일은 아니다. 그게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거나, 어머니들의 장바구니를 무겁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으로 분명 중요한 내용이다. 대중의 심리는 움직이고, 호기심을 움직이고, 이는 다시 사회 구성원인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크게는 경제, 사회까지 흔들 수 있다. (물론 이는 수치적으로 증명은 불가능하다)

 

서태지와 이지아는 분명 '신비주의' '미혼' 등의 이력으로 인해 대중들을 기만했다. 여기에 정우성까지 개입되어 사실상 추잡한 느낌마저 준다. 어느 사람은 "이들이 뭘 잘못했냐"고 말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도의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이것이다. 이들에게 성직자와 같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거짓을 말하지 않는 태도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들을 사랑하는 대중이 있기 때문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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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가 '나탈리'에 출연한 박현진의 인터뷰를 따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 모양이긴 하다. 들어갈만 하긴 하다. 그러나 이는 단지 인터뷰를 땄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타 다른 언론들이 스타뉴스 어깨에 견장 하나씩 붙여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어제밤 KBS 9뉴스가 전직 국무총리 아들이자, 현직 서울대 교수가 술접대를 받는 자리에 여배우가 동석했으며, 대가로 500만원을 받았다는 보도를 하면서 '나탈리'의 한 장면을 내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KBS, 9시 뉴스 보도 정신? 무모함?…나탈리 영화 공개

대중들은 자극적인 것을 좋아한다. 전직 국무총리 아들이자 현직 서울대 교수가 영화제 한국 유치와 관련해 수억 원어치의 접대를 받아 사기 및 협박 혐의로 고소를 당했지만, 정작 대중들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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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언론 보도

 

이후 '나탈리' 여주인공 박현진은 검색어에 올랐다. 박현진에게 언론들이 연락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12월이후 소속사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개중에는 박현진 본인 번호를 어떻게든 딸 수 있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스타뉴스이고, 박현진은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이 중간에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크게 두 가지로 행동했다. 일단 실명보도는 하지 않고, 이니셜 보도로 1차 기사는 내보냈다. 그리고 침묵했다. 이는 언론사별로 다르겠지만, 뉴스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곳도 있을테고, 더이상 취재 자체가 불가능해서일 수도 있다.

 

그러 일부 언론사가 악수를 뒀다. 검색어에는 계속 떠있고, 더이상 취재는 안되니 궁여지책 끝에 나온 방법은 엉뚱하게 지난해 영화 기사를 쓴 것이다.

 

 

스타트는 마이데일리다. "나탈리 파격 노출 박현진, 요즘 뭐하나'...이거 말이 되냐. 뭐하는지 궁금하면 취재를 해야하지 않을까. 이데일리는 "나탈리 3D 정사신 주인공 박현진 새삼 '화제''다. 새삼 이란 단어의 뜻을 다시 알아야 하지 않을까.매일경제 스타투데이는 "박현진과 나탈리, 3개월만에 다시 주목" "파격 노출신 나탈리 박현진은 누구"라고 2개나 내보냈따. 스포츠칸도 "여배우 박현진-영화 나탈리, 거짓말처럼 화제 등극"이라고 했고, 모회사인 경향신문도 "나탈리 박현진, 만우절 아침 화제인물 급부상"이라고 내보냈다. TV리포트 역시 "나탈리서 파격노출 감행한 박현진 새삼화제..왜?"라는 어이없는 제목을 사용했다.

 

어제 밤부터 박현진에게 연락한 스타뉴스는 기여코 오후에 인터뷰를 했고, 인터뷰 기사가 나가자마자 '인터뷰도 못하고 검색어 변죽만? 한심한 언론"이라는 칼럼 기사를 내보냈다. 스타뉴스가 '검색어 따라잡기'에 대해 따로 마치 자신들은 무관한 척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웃긴 일이다. 스타뉴스도 검색어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어느 특정 사건에 대해 먼저 인터뷰 혹은 기사를 내보낼 수 있다고 해서, 타사에 대해 우월감을 가질 이유는 없다.

 

또 기사에서 여타 모든 인터넷 언론을 바보로 만든 것은 잘못이다. 기껏해야 5~6개도 안되는 매체들이 따라갔는데, 이를 바탕으로 마치 모든 언론사보다 뛰어나다고 자랑하는 것은 고기 한두마리 잡아놓고 실력있는 낚시꾼이라 자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또 매체별로 각각 지니고 있는 특성이 다른데, 이를 두고 "우리만"만 외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조금 특별하다. 여성 연예인의 술 접대 관련 기사에 몇몇 개념 상실한 매체들이 소스를 제공했고, 스타뉴스가 그것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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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은 자극적인 것을 좋아한다. 전직 국무총리 아들이자 현직 서울대 교수가 영화제 한국 유치와 관련해 수억 원어치의 접대를 받아 사기 및 협박 혐의로 고소를 당했지만, 정작 대중들의 시선은 그 술자리에 나온 여배우로 꽂혔다.

 

 

3D 에로 '옥보단' 그리고 3D '나탈리'

'옥보단' 에로 영화 좀 안다는 사람에게는 고전 중의 고전. 오죽하면 중고등학교 때 '옥'씨 성을 가진 친구들에게 가끔 붙혀주던 별명이기까지 했을까. 이 영화가 3D로 나와서 홍콩에서 돌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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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 박현진

 

이는 뭐 지금 현재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해당 여배우로 지목된 박현진과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나탈리’가 1,2위를 다투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해당 교수로 지목되는 노경수 교수도 검색어에 올랐다)

 

내용은 서울의 한 룸살롱에서 술 접대가 벌어졌고, 그 자리에 박현진이 나왔으며, 해당 교수가 향응의 대가로 500만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해당 교수는 “박현진이 영화배우인 줄은 나중에 알았다. 돈을 건넨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뉴스를 보다가 재미있는 것은 방송 화면이었다. 뻔히 영화 박현진이 첫 여주인공으로 나선 ‘나탈리’의 한 장면이었다. 물론 ‘나탈리’가 지난해 흥행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3D 영화이며, 파격적인 정사 장면이 등장해 영화 홍보 초반 관심을 끌었던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하더라도 해당 영화를 직접적으로 삽입하는 것은 아니었다 싶다.

 

이유는 우선 해당 교수가 돈을 건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사실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술자리에 나온 여배우는 순식간에 ‘성접대’ 수준으로 올라갔다. 방송 어딘가에도 그런 이야기는 안 나오지만, 이미 네티즌들의 추측은 여기까지 이르렀다. 그러면서 여배우의 반론 혹은 입장은 나오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방송에 영화 장면 삽입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여배우가 술접대 자리에 나왔다”는 팩트라 할지라도 앞뒤 구분없이 그 여배우가 그 술 자리에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는 상태에서 한 여배우는 또 매장당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장자연 사건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동시에 그러한 일이 또 생기기 방송이 바라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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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봤다. 지난해 서울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너무나 실망한 작품이라, 사실 머뭇거렸다. 그리고 막강한 라인업이라 자랑을 하지만, 사실 신성록과 엄기준, 옥주현이 막강한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지난해 봤던 공연도 엄기준과 옥주현. 너무 어이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엄기준은 대사 처리가 매끄러웠지만, 노래를 부를때 위태위태했다. 흡인력도 떨어졌다. 옥주현은 거꾸로다. 노래를 부를때는 고음처리까지 부드러웠지만, 대사 처리는 미흡했다. 잘 들리지도 않았다. 이런 둘이 듀엣곡을 부르니, 옥주현이 당연히 엄기준을 눌렀다. 옥주현이 마치 기싸움을 벌이는 듯한 듀엣곡은 듣기 거북했다.

 

 

뮤지컬 <영웅> vs 영화 <영웅>,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떻게 봐야할까.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기 몇 해 전부터 죽인 후 사형을 당하기까지의 삶을 그린 뮤지컬 , 그리고 이 뮤지컬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영화 . 그러나 두 작품은 같은 듯 다른 형태로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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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무대도 좁았다. 화려한 장치가 도리어 정신없어 보일 정도로 배치가 엉성했다. 사이드 좌석에서는 아예 무대 보기를 포기해야했다. 이런 몬테크리스토가 충무아트홀로 오면서 달라졌다.

 

무대도 3개 넘게 커지면서 영상과 세트, 조명을 한꺼번에 소화해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세트들이 존재하고 보여져야 할 영상이 제대로 펼쳐지니 웅장함과 화려함이 더할 수밖에 없다.

 

달라진 무대는 바로 배우들의 역량과 활동 범위도 넓히게 했다. 해적들이 춤을 추는 모습도 역동적이었으며,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개최한 파티도 한껏 화려함을 자랑했다. 파티 중 프랑스 귀족 사이에서 등장하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모습도 무게감이 더했다.

 

이를 바탕으로 ‘몬테크리스토’ 역을 맡은 배우 류정한은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발휘하며 극장 전체를 장악했다. 넓어지고 화려해진 무대를 류정한은 맘껏 즐겼으며, 활용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의 열정을 그대로 가져왔음은 물론, ‘류지킬’과는 또다른 색깔의 파워를 자랑했다. ‘메르세데스’ 역의 차지연과도 안정된 호흡을 이뤘다. 여기에 ‘몬데고’ 역의 강태을까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호흡을 더했으니, 관객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비록 결말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재빨리 봉합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무대 위 배우들은 이를 충분히 커버했다.

관객이라면 배우를 선호하는 면이 있을 것이다. 신성록이든, 엄기준이든 각각이 지닌 역량이 있고 매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제대로 된 맛을 느끼고 싶다면 류정한-차지연 커플을 추천하고 싶다. 적어도 마지막 장면에 자기도 모르게 기립이 나올 것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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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한지 (장판지) 위에서 태어나, 평생을 한지 (서책) 속에서 살다가, 결국 한지 (염습)에 싸여 흙으로 돌아갔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특히 태어남에 대해서는 요즘은 바뀌었지만, 삶과 죽음은 여전히 우리는 종이에서 산다. 물론 컴퓨터,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들의 발달은 어느새 우리 손에서 종이를 빼앗아가기 시작했다. 책을 읽던 손은 스크린에 터치를 하기 시작했고, 펜으로 종이 위에 글을 쓰던 손은 자판이나 스크린을 두드렸다. 그러나 종이는 과거 역사를 기록했고, 아직도 기록하고 있으며, 활용 영역을 좁아질망정 그 중요성은 결코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영화계와 K리그, 기회를 달라고?

월드컵이 끝나면 으레 'K리그'를 살려야 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곤 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또 어느 샌가 이러한 논의는 사라지고, 4년 뒤 월드컵 시즌이 돌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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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길어올리기 임권택

 

2007년 100번째 영화 <천년학>을 마친 세계적 거장 임권택 감독이 101번째이자 첫 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를 통해 종이, 그것도 한민족의 끈기를 드러내주는 문화유산인 ‘한지’ (韓紙)를 세상에 소개하고 나섰다. 그리고 그가 소개 장소로 선택한 곳은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라도. 광활한 평야와 맑은 물, 그리고 달빛이 어우러진 풍경을 뛰어난 영상미로 담아내며, 전작과 마찬가지로 또한번 아름다운 대한민국 강산을 그려냈다.

 

여기서는 그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와 연결시켜 해보려 한다.

 

◇ 전주, 뛰어난 한지가 탄생하는 천혜의 공간

 

영화는 대부분 전라북도 도청소재지인 전주시를 배경으로 한다. 흔히 양반 도시, 음식맛이 뛰어난 도시로 불리우는 이곳의 또 하나의 자랑은 ‘한지’다. 고려 중기 이래 조선후기까지 왕실에 진상품으로 들어가, 조선시대 외교문서로 사용되었는데, 품질이 우수한 닥나무가 철분 함유량이 적은 깨끗한 물이 전주 지역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은 숙력된 기술의 오랜 역사를 지니게 했다.

 

때문에 영화에서 ‘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시작도 전주다. 물론 경상남도 의령과 전라북도 완주 등 뛰어난 한지가 생산되는 곳은 많기에 사실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영화가 전주국제영화제의 지원을 받았기에 전주가 중심이 되지만, 영화는 실상 전라도를 배경으로 한다고 하는 것이 맞다.

 

◇ ‘한지’가 태어난 곳, 개발 문화에 사라지다

 

극중 만년 7급 공무원 ‘필용’ (박중훈) 때문에 3년 전에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내 ‘효경’ (예지원)은 대대로 종이를 만들던 집안에서 자라 지공예에 능하다. 어릴 적 ‘한지’를 만들던 아버지가 일본에서 바람이 나, 집안을 버리고 어머니와 자란 불우한 성장환경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자란 ‘종이를 가장 잘 만드는 마을’이었던 고향을 찾으려 애쓰고, 결국 찾아내지만 이미 강 개발사업으로 인해 수몰 마을이 되어 사라졌다.

 

수몰된 ‘효경’의 고향으로 등장하는 곳은 완주 8경의 하나인 완주군 고산 대야저수지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저수지답지 않게 자연스럽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있는 운암산과 맞닿아있다.

 

실제로 수몰지는 아니지만, 이곳은 극중 ‘한지’의 인생과 맥을 같이 한다. 최고의 종이로 평가받으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과거를 뒤로하고, 값 싼 수입지에 밀려 서서히 잊혀져가는 ‘한지’의 최고 장인들이 모여살던 동네가, 댐 건설로 인해 사라졌듯이 ‘한지’ 역시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훗날 맥이 끊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경관과는 어울리지 않는,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 하늘에 뜬 달빛, 물로 길어오르다

 

어느날 술에 취한 ‘필용’이 아내 ‘효경’에게 달을 물에 떠다 바친다. 물 속에 비친 달, 그러나 달은 하늘에서 광대한 빛으로 땅을 비춰야 제대로 된 기운을 받는다. ‘필용’이 전문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한지’ 촬영에 나선 ‘지원’ (강수연)과 함께 한 드라이브 길을 훤히 비친 달은 ‘한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달빛’이 신성한 역할을 함을 보여준다.

 

이들이 차를 몰고, 달빛이 밝혀준 길은 김제평야 갈대밭이다. 전북 김제시를 중심으로 부안군 ·완주군 ·정읍시의 일부지역에 펼쳐진 평야로 한국 최대의 곡창지대로,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혹자는 전북 지역의 ‘한지’발달이 풍요로움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종이의 발달이 학문의 발달로 이어지고, 이를 가능케 한 것이 의식주의 풍요로움에서 시작된다는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앞서 말한 대야저수지나 김제평야가 전주와 함께 전북지역에서 ‘한지’를 대표하는 완주를 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도적인 배려인지는 몰라도, ‘한지’의 역사가 비단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 달빛과 물, ‘천년 한지’가 새로 태어나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천년 세월을 숨쉬는, 달빛을 닮은 우리의 종이 ‘한지’를 재현하는 장면이다. 일반인들은 통제되고, 차조차 들어갈 수 없는 깊은 산속에 위치한 맑은 물이 있는 장소에서 ‘필용’과 ‘지원’ ‘효경’이 모두 모이고, 한지 장인의 손에 의해 ‘천년 한지’가 만들어진다. 그윽한 달에 ‘천년 한지’ 탄생의 소원을 빌고, 물에 비친 달빛에 취해 발로 종이물을 걸러서 뜬다.

 

진정 천년을 가는 ‘한지’가 만들어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달빛과 물 그리고 그 안의 ‘지원’의 말처럼 ‘한지에 미친 사람들’의 진정성은, 곧 믿음으로 변하게 된다.

 

이 세상이 아닌 듯 펼쳐지는 이 아름다운 풍경은 전북 무주군 덕유산에 있는 무주구천동 계곡 33경 중 제15경인 월하탄이다. 극 중 대사로도 나오지만, 이곳은 선녀들이 달빛 아래 춤을 추며 내려오듯 폭포수가 기암을 타고 쏟아져 내려 푸른 담소를 이룬다고 해 월하탄 (月下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화려하게 각광받다가 서서히 사라져가는 ‘한지’. 그러나 가장 성스러운 기운과 맑은 기운을 통해 다시 ‘천년 한지’로의 부활의 꿈을 꾸는 모습은 비단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닌, 현재 많은 사람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러기에 스크린에서 쏟아지는 아름다운 풍광의 영상미는 눈이 아닌 가슴으로 들어온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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