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넘은 후 다시 꺼내든 이유는 짧은 여행 때문이다. 2박3일 동안 스마트폰이 아닌 종이재질의 책이 필요했고, 집에 있는 책 중 가벼우면서도 내가 읽지 않은 책을 선택하다보니 <너의 심장을 쳐라>를 선택하게 됐다.
책을 끝까지 읽는데 몇 시간 걸리지 않았다.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작가의 표현이나(혹은 번역을 잘했거나) 상황이 너무 쉽게 몰입됐다. 짧은 문장이지만, 충분한 감정을 전달했다.
(사실 이전에 한번 썼지만 번역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 번역된 책들은 ‘날림’이 많아서, 오히려 번역 문장을 내가 다시 써서 이해하고 넘어갈 정도다)
이야기의 흐름은 단순하다. 디안의 시선대로 따라가면 된다.
파리에서 먼 한 도시에 사는 19살 마리는 뛰어난 외모를 무기로 자신은 ‘왕비’의 인생을 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올리비에를 만나 임신을 하고 딸 디안을 낳게 된다. 디안에게는 악몽의 시작이었다.
“이제 더는 내 이야기가 아니야. 이제부터는 네 이야기야”
마리는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한 원인 중 하나를 디안에게 돌린다. 마리는 디안을 질투하고, 애정을 주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똑똑했던 디안은 이런 엄마의 감정을 이해하려 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자신의 딸이 손녀를 질투하는 것을 알고, 손녀를 데려와 키운다. 디안의 남동생이 태어난 후, 마리는 디안과 달리 애정을 쏟는다. 디안은 남자이기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이내 여동생이 태어난 후 더 큰 애정을 준 것을 보고 큰 절망에 빠진다. 그 순간 디안의 어린 시절은 끝났다.
이후 디안은 가족과 떨어져 공부하고, 의대에 진학한다. 거기서 만난 조교수 올리비아. 뛰어난 능력에 매력이 넘치는 올리비아가 정교수가 되지 못한 것을 불만스러원 한 디안은 같이 논문 작업을 하며 결국 올리비아를 정교수로 만든다. 그러나 이후 디안의 상황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올리비아는 어릴 적 그가 느꼈던 엄마의 모습보다 더 심했다. 올리비아의 딸 마리엘에게서 자신의 어릴적 행동을 봤고, 동시에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결국 비극적인 일까지 벌어졌지만, 디안은 그것을 이해했다.
소설은 흔한 말인데도 앞뒤 상황으로 인해 임팩트 있게 배치되어 여러 번 읽게 만든 문장들이 다수 있다. 모녀 관계의 심리, 자매끼리의 심리, 친구와의 심리, 교수와 제자간의 심리 등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작가의 절묘한 배치였고 나열이다.
(디안은) 질투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없었다면 엄마가 아빠를 사랑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그 외의 것에 관해서는 어떻게든 엄마를 이해해 보려고 애썼다. 이유가 있는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온갖 자질을 갖춘 여신이 어떻게 그리 천박하게 굴 수 있겠는가? 디안은 네 살의 나이에 엄마가 자신의 기대에 걸맞는 삶을 누리지 모해 못마땅해 한다는 것을 파악할 정도로 엄마를 사랑했다.
“세상에 대한 나의 설명이 무너지고 있어요. 이제는 엄마가 나를 거의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나는 안중에도 없으니 저 아기에 대한 터무니없는 열정을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거겠죠. 엄마, 사실 엄마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바로 눈치가 없는 거예요” 그 순간 디안은 아이에 머무르기를 멈췄다. 그렇다고 해서 어른이나 사춘기 소녀가 된 것은 아니었다. 고작 다섯 살이었으니까.
“넌 살고 싶은 거니, 아니면 죽고 싶은 거니?”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중략)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그녀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디안이 살기로 결심했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 하나의 목표, 그 아저씨의 직업을 갖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것이다.
5살도 안된 아이가 엄마를 분석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의 감정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그리고 사람에 대한 애정이 어떻게 옮겨가는지에 대한 묘사가 확실히 뛰어나다.
여기서 이 소설을 읽는 누구나 (특히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내가 나의 아이 혹은 제자 혹은 친구에게 주는 ‘사랑’ ‘애정’은 적절한가. 과하거나 모자름이 존재하지 않는가, 혹은 ‘사랑’ ‘애정’이란 이름으로 이용하거나 이용당하고는 있지 않은가.
마리는 첫째 딸에게는 애정을 주지 않았고, 둘째 아들에게는 적절한 애정을, 막내딸에게는 과한 애정을 쏟았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작가가 너무 정답처럼 방향을 잡아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지만, 디안에게 무게를 두어 흘러가는 구성으로 나름 ‘정답’같은 둘의 이야기에 크게 시선을 돌리지 않게 만들었다. 그 틈을 파고든 마리엘의 등장이 오히려 디안과는 또다른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차관급)이 건강상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한동훈과 더불어 윤석열의 최측근이다. 어제 한덕수 결제를 거쳐 윤석열이 사표를 수리했다고 한다.왜 사의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조상준의 사의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두 가지다.
두 번째는 조상준이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변호인으로 활동한 전력이다. 아마 국정원 국정감사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야당 측에서 이에 대해 물어볼 것이다. 변호인으로 활동할 당시 김건희의 주작 조작 의혹은 어떻게 바라봤고, 왜 이것이 진행이 안됐는지 말이다.
윤석열 입장에서는 김건희가 국감에서 주가조작으로 이슈화되는 것을 또 원치 않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사의라기 보다는 윤석열이 일시 피신시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좀더 생각을 풍부하게 해보자면 도이치모터스 조작 사건을 야당이 물고 늘어지고 수사까지 진행될 경우 변호인으로 활약할 인물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또다시 조사운에게 맡기려는 것이 아닐까.
이 정부는 엉망진창으로 나라를 망가뜨리다보니, 누군가 사의를 해도 곱게 보이지 않는다. 이상한 정부다.
촉법소년의 기준 연령이 기존 만 10세 이상에서 14세 미만에서 만 10세 이상에서 13세 미만으로 하향한다고 한다. 우선 개인적인 생각을 풀어놓기 전에 난 촉법소년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만약 유지한다면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건 하단에서 언급을...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사처벌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들의 폭행·강도·성폭행 등 흉악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를 정부가 반영해 결정한 셈이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이 갈린다. 찬성은 어린 아이들이 촉법소년임을 악용해 죄책감 없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고, 반대는 강력처벌로 아이들을 제대로 된 길로 갈 수 없다고 말한다.
통계를 가지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실제로 다양한 통계를 보면 과거에 비해 소년보호사건은 줄어들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0년에 접수된 소년보호사건(만 10살 이상 만 19살 미만)은 3만8590건으로 2011년(4만6497건)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감소했다. 2012년에는 5만3536건으로 증가하긴 했지만 그 이후 10년간 증감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소년보호사건으로 접수돼 처분받은 보호소년 수도 증감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2013년까지는 3만명대였던 보호소년의 수는 2014년부터 2만명대로 떨어졌고 2020년 2만5579명을 기록했다. 보호소년 중에서 촉법소년인 만 14세 미만은 2020년에 3465명으로 전체 소년사건의 13.6%다. 2011년에 만 14세 미만의 보호소년은 3924명(11.2%)이었고, 직전 해인 2019년은 3827명(15.9%)으로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소년 범죄가 흉폭해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론자들은 경찰청의 자료를 들어 반박한다.
2017∼2021년 경찰청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현황’에 따르면 소년부로 송치된 촉법소년의 대부분은 절도(2만6558명)와 폭력(1만1543명)이 차지했다. 이 기간 동안 강력범죄로 분류되는 △살인 9명 △강도 53명 △방화 264명 △강간·추행 2304명이다
그런데 이런 논의들을 보면서 다들 왜 방점을 ‘소년’으로만 맞추는 지 의아하다. 그들을 소년으로 볼지, 범죄자로 볼지는 전적으로 피해자들의 몫이다.
위에서 경찰청이 절도와 폭력의 강도를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비강력범죄로 분류하며 흉폭성이 낮다고 해석하는 것을 보고 답답했다. 지나가던 노인을 10대 청소년들이 단체로 폭행했는데도 비강력범죄로 보고 “관대한 처벌” 운운할 수 있을까. 동네 편의점에서 수십만원대 물건을 훔쳤는데 절도라 해서 비강력범죄라고만 생각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촉법소년이란 제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려서 선처해야 한다”는 그 상황과 피해자의 피해 강도, 심정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빵 하나 훔쳤다고 징역 몇 년씩 때리는 것도 비정상이지만, 집단 폭행을 당했는데도 가해자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선처를 해주는 것도 비정상이다.
촉법소년 악용 사례가 구체적인 통계가 나와있지 않고, 때문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거꾸로 그들에게 가해자인 소년 범죄자들이 촉법소년이란 제도를 통해서 교화될 수 있다는 근거 역시 미약하다고 본다.
가해자가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피해자’는 어쨌든 물질적 심리적 타격을 입었다. 촉법소년이란 제도를 고민한다면, ‘어린 아이들에게 당한’ 사람들의 물질적 심리적 보상에 대한 논의도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이 제도는 사실 폐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
자신과 가족에게는 관대하지만, 다른 이에 대해서는 칼 같은 모습을 보이는 면에서 확실히 한동훈은 윤석열과 닮았다. 그러나 윤석열과 다른 점은 제법 똑똑하다는 거다. 어느 때 방어할 지를 알고, 어느 때 물러설 지를 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느 시점에 줘야 하는 지도 안다. 그런 면에서는 윤석열보다 위다.
어느 이가 이 정부 서열이 김건희 -> 법사들 -> 한동훈 -> 토리 -> 윤석열 이라고 말하는데, 얼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민주당 의원들이 한동훈에게 종종 깨지는 모습은,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한동훈을 인정케 한다. 아 물론 예외는 있다. 한동훈도 이탄희 의원 앞에서는 종종 초라해지며 ‘억지’를 부리곤 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동훈 잡는 이탄희’란 말이 나올 정도니.
이번에 한동훈은 또 김의겸과 붙었다. 사실 김의겸의 헛발질은 아슬아슬하다. 팩트 기반의 기자 출신이라는 것, 게다가 나름 한때 한겨레의 에이스였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일단 의혹을 던지고 본다’는 식으로 정치인이 다 되었다. 어느 때는 유튜버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런 김의겸이 이번에 큰 걸 던졌다. 한동훈이 윤석열,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청담동의 한 바에서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당연히 한동훈은 반발했다. 일단 이들의 재미있는(?) 대화를 보자.
24일 오후 법무부 국정감사
김의겸 의원 : 7월 19일 밤인데요, 그날 술자리를 가신 기억이 있으십니까? 한동훈 장관 : 어디서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허황된 말씀을 하시는데 어떤 근거로 말씀하시는지 질문을 다 해보시지요 김의겸 : 청담동에 있는 고급스러운 바였고, 그 자리에 그랜드피아노가 있었고 첼로가 연주됐습니다. 기억나십니까? 한동훈 : 위원님은 계속 저한테 허황된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끝난 다음에 사과도 안 하시잖아요! 김의경 : 김앤장 변호사 30명가량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도 이 자리에 청담동에 바에 합류를 했었습니다. 기억나십니까? 한동훈 : 다 말씀해주십시오. 전화 통화 녹취 더탐사 : 한동훈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김앤장 변호사들 이렇게 모임이 있었는데 어떤 취지였나 이세창 자유총연맹총재 : 대통령과 한동훈이와(의) 자리에서 일어난 일을 내가 말할 수 없지 않느냐 술자리 관계자 : 청담동 어디 자리였어. 그런데 한동훈, 윤석열까지 다 온 거야. 다 와 가지고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아가씨가) 연주해달라고 해서 연주해줬어. 자기네가 아는 노래를 해줘야 엄청 감동 받는단 말이야. 동백아가씨'는 윤석열이 (노래) 했고. 다시 김의겸-한동훈 한동훈 : 저는 뭘 했나요? 왜 안 나오죠 뒤에? 김의겸 : 한동훈 장관은 윤도현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한동훈 : 제가 저 자리에 있거나, 비슷한 자리에 있거나 근방 1km 안에 있었으면 저는 뭘 걸겠습니다. 위원님도 뭐 거시지요. 지금 저를 스토킹하는 사람들과 야합해서 이런 식으로 국무위원을 모욕한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고... 저 술 못 마시는 것은 아십니까? 저기 가서 제가 술을 먹었다는 이야기예요? (중략) 공개적으로 이렇게 대한민국의 법무부장관을 모욕할 정도로 자신 있는 말씀이세요? 저는 이세창 총재라는 사람하고 스쳐본 적도 없고, 저 자리에 갔던 적도 없습니다 김의겸 : 그럼 왜 저분이 시인했다고 생각하십니까 한동훈 : '더탐사' 스토킹하는 쪽하고 야합해서 말씀하신 거잖아요. 조금 전(국정감사장 들어오기 전)에 스토킹 붙어서 ('더탐사' 기자가) 물어보던데 (김의겸 위원이) 그 이야기를 하신 것이잖아요. 스토킹의 배후자가 김의겸 위원이십니까. (김의겸) 위원님, 저는 다 걸게요. 위원님 뭐 거시겠어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법무부장관직을 포함해서 앞으로 어떤 공직이라든가 다 걸겠습니다. 위원님은 뭐 거시겠습니까? 거시는 거 좋아하시잖아요. (중략) 의원님이 제기하는 근거는 이런 식입니까? 이런 정도로 듣고 그냥 지르는 거예요? 지금까지 매번 그랬잖아요. 이재정 의원 악수같은 것도 아니라고 했는데 들통났는데 한마디도 안 하고 계시지요? (김의겸 : 수사 중입니다.) 이것(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도 수사될 것입니다.
여기서 “한동훈이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한동훈 말이 사실이겠지”라고 생각하는 국민의힘 사람이 없길 바란다. 그런 기준이면 최근 이재명의 주장도 “저렇게 말하는데 사실이겠지”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싸움은 끝까지 가봐야 한다는 거다. 한동훈이 ‘직’을 걸겠다면, 김의겸도 ‘직’을 걸어야 한다. 어느 이는 어린애 싸움도 아니고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이 저런 내용으로 직까지 걸며, 국민 눈치 안본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한동훈과 윤석열이 정말 김앤장 변호사들과 술을 마셨다면, 쉽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거꾸로 거짓말이라면 김의겸 역시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으로 이런 식으로 국가의 장관을 몰아붙일 순 없다.
(공개적으로 이렇게 대한민국의 법무부장관을 모욕할 정도로 자신 있는 말씀이세요? -> 한동훈의 이 말은 지적하고 넘어가자.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들을 공개적으로 망신주고 모욕한 집단의 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 그냥 ‘나를 모욕할 정도로’ 정도로 하자)
<스토리는 포털사이트 영화 소개란이나 극장 사이트를 참고하자. 스토리를 안다고 혹은 영화를 봤다고 전제하고 글을 시작하자.>
영화<블랙 아담>은DC확장유니버스<샤잠>의 스핀오프다. “샤잠”을 외치면 최강의 능력을 순식간에 얻고,또 잃는다. “신이시여 나에게 힘을 주소서”보다 간단하다.드웨인 존슨이기에 몸에 색이 조금 바뀌는 것 빼고는,달라진 점을 쉽게 찾을 수 없지만,어쨌든 순식간에 뭔가 바뀌긴 바뀐다.그리고 대략 다 때려 부순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 나쁜 놈들만 골라 죽인다. 영화에서는 안티 히어로로 그려지면, 자신의 정의이고, 그 정의에 반하면 응징한다고 그려지지만 실상 이는 기원전 5000년전 칸다크 왕의 손에 아들이 죽자 그 분노로 생긴 일이다. 현대에 와서 눈을 뜬 테스 아담은 평범한 이들은 도와주고, 칸다크를 점령하고 있는 국제 군사 조직 인터갱 관련자만 죽인다.
앞서 뭔가 서사가 있을 것 같지만, 없다. 굳이 해석하자면 테스 아담의 본능이다.
이미 동굴에서 인터갱 집단을 죽이고 사박의 왕관을 가져가는 아드리아나는 도와주는 장면부터 테스 아담의 행동 프레임은 정해진다. 안티 히어로가 아니라, 그냥 히어로다.
그런데 여기에 ‘안티’를 부여하는 인간들이 등장한다. 악당이라도 함부로 죽여서는 안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히어로 군단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그들은 테스 아담을 ‘악’으로 규정한다. 한번도 본 적도 없는데, 그냥 ‘처단’해야 할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여기서도 뭔가 서사가 있을 것 같지만, 없다. 또 굳이 해석하자면 그냥 자신들이 정의이고, 과거 자료를 보니 테스 아담이 칸다크를 파괴시켰다고 씌여 있길래 지금도 그 성격 그대로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도착해서 열심히 테스 아담과 싸우려 하는데, ‘어라???’.. 테스 아담은 열심히 인터갱 애들만 쥐어 패고 있다. 거기에 칸다크 국민들은 테스 아담에 열광하고 있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멤버인 호크맨과 닥터 페이트, 아톰 스매셔, 사이클론은 순식간에 악당이 되어버린다. 물론 자신들은 끝까지 정의를 지키고, 테스 아담이 나쁜 놈이라고 아드리아나에게 말한다.
그런데 아드리아나가 뼈 때리는 소리를 한다. “칸다크가 인터갱에 고통받는 동안 당신들은 무엇을 하다가 이제 영웅이 등장했는데, 나타나서 인터갱을 평화를 위해 왔다고 하는가”... 그래도 역시 호크맨은 당당하다. 아담이 나쁜 놈이라고.
이쯤되면 누가 나쁜 놈이고 누가 영웅인지 혼란스러운데, 여기에 진짜 악당 한명 등장시켜서 이들을 뭉치게 한다. 그러면서 아담이 진짜 영웅이 된다. 어...영화는 안티 히어로인데, 진짜 영웅들보다 더 영웅이 된다. 그러면서도 말은 계속 자신은 이기주의자인 것처럼 말한다. 진짜 정의를 실천하면서, “내 정의는 이기적이다”라고 말하는 뭔가 모호하고 심오한 것 같지만, 별 의미도 철학도 없는 말을 내뱉는다.
스케일도 생각보다 작다. 인터갱은 저 정도의 숫자를 가지고 어떻게 한 지역을 장악했는지 의문이다. (그 때문에 저스티스 소사이어티가 신경을 안 쓴 것인가????) 악마의 병사들이 나오지만, 영화 <미이라>에서 나온 악마의 군사들 규모를 생각하면 초라하다. 악마의 병사들과 시민들이 싸우는 모습은 마치 홍대에서 좀비 놀이 하는 느낌마저 든다.
누군가의 말처럼 <블랙 아담>은 DC확장유니버스에 블랙 아담이라는 캐릭터를 집어 넣는 것에 만족해야 할 듯 싶다. “DC가 DC했다”는 말에 또한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영화다.
그런데...............................
적잖은 이들이 이 <블랙 아듬>을 칭찬한다.오랜만에 사이다 같은 액션을 봤다는 것이다. 별로 넓어 보이지도 않은 칸다크에서 그냥 콩콩콩콩 싸운 것 밖에 없는데 사이다 같은 액션이라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마블이다. 언제부터인가 마블이 캐릭터 설명에 집중하다보니 액션 영화라기보다는 드라마가 주 장르(이건 한국이 잘하는데 뺏긴 느낌)로 바뀐 것 같다. 종종 규모의 액션을 보여주긴 하지만, 지루함 다 안겨놓은 후의 상황이다. 결국 마블이 뭔가 하락세를 보인 상황이다 보니 <블랙 아담>의 액션이 통쾌해 보인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블랙 아담>도 극장가를 어마어마하게 휩쓸고 있진 않다. 극장에 볼 게 없으니 선택하는 정도?. 19일에 개봉했는데, 아직 50만명도 못 모았다면 게임 끝난 거다.
차라리 드웨인 존슨이 스콜피온 킹으로 나왔을 때가 더 뭔가 강렬한 액션이었던 것 같다.
아. 중요한 것 하나. 쿠키 영상이 있다. DC 팬들이라면 <블랙 아담> 보다 더 반가울 것이다. 이 쿠키 영상만 봐도 된다는 DC팬들도 있으니 말이다.
한동안 블로그 글을 접었다. 정치 이슈를 많이 쓰던 입장에서 저런 어이없는 불량품(윤석열)을 내놓은 국민의힘이 대선과 지선에서 연이어 이기는 것을 보면서 어이없어서였다. 영화 리뷰나 공연 리뷰는 물론 이런저런 글들도 페북에만 올릴 뿐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생각을 바꿨다. 취임 100일도 안됐는데 이렇게 매일 부정 이슈를 쏟아내는 정부와 여당은 처음이다. 그래서 내 생각을 조금이나마 끄적이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광복절이다. 윤의 경축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경축사에서 국민에 대한 예의, 일본에 대한 생각, 북한에 대한 생각 등이 대부분 대통령들이 나열하는 일이다. 특히 취임 후 첫 경축사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향후 정부의 방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의 경축사는 이 세 부분에 대해 무지했다.
독립을 위해 힘쓴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안 보였고, 국민은 사라졌다. 일본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부분만 언급하며 피했고, 북한에 대해서는 자신이 그토록 비판하던 문재인 정부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선제타격 운운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쟤는 진짜 대통령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냥 지금 귀찮은 것이다. 왜 자신이 욕 먹어야 하는지 불만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언급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 전문과 윤의 올해 취임 후 첫 경축사 전문을 실겠다.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경축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촛불혁명으로 국민주권의 시대가 열리고 첫 번째 맞는 광복절입니다. 오늘, 그 의미가 유달리 깊게 다가옵니다.
국민주권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처음 사용한 말이 아닙니다. 백 년 전인 1917년 7월, 독립운동가 14인이 상해에서 발표한 '대동단결 선언'은 국민주권을 독립운동의 이념으로 천명했습니다. 경술국치는 국권을 상실한 날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주권이 발생한 날이라고 선언하며, 국민주권에 입각한 임시정부 수립을 제창했습니다. 마침내 1919년 3월, 이념과 계급과 지역을 초월한 전 민족적 항일독립운동을 거쳐, 이 선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국민주권은 임시정부 수립을 통한 대한민국 건국의 이념이 되었고, 오늘 우리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세우려는 선대들의 염원은 백 년의 시간을 이어왔고, 드디어 촛불을 든 국민들의 실천이 되었습니다.
광복은 주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름 석 자까지 모든 것을 빼앗기고도 자유와 독립의 열망을 지켜낸 삼천만이 되찾은 것입니다. 민족의 자주독립에 생을 바친 선열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독립운동을 위해 떠나는 자식의 옷을 기운 어머니도, 일제의 눈을 피해 야학에서 모국어를 가르친 선생님도, 우리의 전통을 지켜내고 쌈짓돈을 보탠 분들도, 모두가 광복을 만든 주인공입니다.
광복은 항일의병에서 광복군까지 애국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이 흘린 피의 대가였습니다. 직업도, 성별도, 나이의 구분도 없었습니다. 의열단원이며 몽골의 전염병을 근절시킨 의사 이태준 선생, 간도참변 취재 중 실종된 동아일보 기자 장덕준 선생, 무장독립단체 서로군정서에서 활약한 독립군의 어머니 남자현 여사, 과학으로 민족의 힘을 키우고자 했던 과학자 김용관 선생, 독립군 결사대 단원이었던 영화감독 나운규 선생, 우리에게는 너무도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었습니다.
독립운동의 무대도 한반도만이 아니었습니다. 1919년 3월 1일 연해주와 만주, 미주와 아시아 곳곳에서도 한 목소리로 대한독립의 함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항일독립운동의 이 모든 빛나는 장면들이 지난 겨울 전국 방방곡곡에서, 그리고 우리 동포들이 있는 세계 곳곳에서, 촛불로 살아났습니다. 우리 국민이 높이든 촛불은 독립운동 정신의 계승입니다.
위대한 독립운동의 정신은 민주화와 경제 발전으로 되살아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희생하고 땀 흘린 모든 분들, 그 한 분 한 분 모두가 오늘 이 나라를 세운 공헌자입니다.
오늘 저는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저마다의 항일로 암흑의 시대를 이겨낸 모든 분들께, 또 촛불로 새 시대를 열어주신 국민들께, 다시금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저는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이 날이 민족과 나라 앞에 닥친 어려움과 위기에 맞서는 용기와 지혜를 되새기는 날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존경하는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경북 안동에 임청각이라는 유서 깊은 집이 있습니다. 임청각은 일제강점기 전 가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하여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무장 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입니다. 무려 아홉 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일제는 그 집을 관통하도록 철도를 놓았습니다. 아흔 아홉 칸 대저택이었던 임청각은
지금도 반 토막이 난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상룡 선생의 손자, 손녀는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고아원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임청각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일제와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했습니다.
역사를 잃으면 뿌리를 잃는 것입니다. 독립운동가들을 더 이상 잊혀진 영웅으로 남겨두지 말아야 합니다. 명예뿐인 보훈에 머물지도 말아야 합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사라져야 합니다. 친일 부역자와 독립운동가의 처지가 해방 후에도 달라지지 않더라는 경험이 불의와의 타협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만들었습니다.
독립운동가들을 모시는 국가의 자세를 완전히 새롭게 하겠습니다. 최고의 존경과 예의로 보답하겠습니다.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고
자녀와 손자녀 전원의 생활안정을 지원해서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습니다.
독립운동의 공적을 후손들이 기억하기 위해 임시정부기념관을 건립하겠습니다. 임청각처럼 독립운동을 기억할 수 있는 유적지는 모두 찾아내겠습니다.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끝까지 발굴하고, 해외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보전하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대한민국 보훈의 기틀을 완전히 새롭게 세우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은 나라의 이름을 지키고, 나라를 되찾고, 나라의 부름에 기꺼이 응답한 분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서 있습니다. 그 희생과 헌신에 제대로 보답하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젊음을 나라에 바치고 이제 고령이 되신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겠습니다. 살아계시는 동안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의 치료를 국가가 책임지겠습니다. 참전 명예수당도 인상하겠습니다.
유공자 어르신 마지막 한 분까지 대한민국의 품이 따뜻하고 영광스러웠다고 느끼시게 하겠습니다. 순직 군인과 경찰, 소방공무원 유가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자긍심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보훈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하겠습니다. 애국의 출발점이 보훈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역사에서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해 국민들이 감수해야 했던 고통과도 마주해야 합니다.
광복 70년이 지나도록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고통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강제동원의 실상이 부분적으로 밝혀졌지만 아직 그 피해의 규모가 다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밝혀진 사실들은 그것대로 풀어나가고,
미흡한 부분은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마저 해결해야 합니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풀리면 남북이 공동으로 강제동원 피해 실태조사를 하는 것도 검토할 것입니다.
해방 후에도 돌아오지 못한 동포들이 많습니다. 재일동포의 경우 국적을 불문하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고향 방문을 정상화할 것입니다. 지금도 시베리아와 사할린 등 곳곳에 강제이주와 동원이 남긴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그 분들과도 동포의 정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오늘 광복절을 맞아 한반도를 둘러싸고 계속되는 군사적 긴장의 고조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분단은 냉전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 힘으로 우리 운명을 결정할 수 없었던 식민지시대가 남긴 불행한 유산입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스스로 우리 운명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국력이 커졌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도, 분단 극복도, 우리가 우리 힘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오늘날 한반도의 시대적 소명은 두말 할 것 없이 평화입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통한 분단 극복이야말로 광복을 진정으로 완성하는 길입니다.
평화는 또한 당면한 우리의 생존 전략입니다. 안보도, 경제도, 성장도, 번영도 평화 없이는 미래를 담보하지 못합니다. 평화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없으면 동북아에 평화가 없고, 동북아에 평화가 없으면 세계의 평화가 깨집니다. 지금 세계는 두려움 속에서 그 분명한 진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가야할 길은 명확합니다. 전 세계와 함께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대장정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입니다. 정부는 현재의 안보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안보위기를 타개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정부의 원칙은 확고합니다. 대한민국의 국익이 최우선이고 정의입니다.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은 안 됩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입니다.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우리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평화적 해결 원칙이 흔들리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한층 강화할 것입니다. 국방력이 뒷받침되는 굳건한 평화를 위해 우리 군을 더 강하게, 더 믿음직스럽게 혁신하여 강한 방위력을 구축할 것입니다. 한편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군사적 대화의 문도 열어놓을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대화는 선후의 문제가 아닙니다. 북핵문제의 역사는 제재와 대화가 함께 갈 때 문제해결의 단초가 열렸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시험을 유예하거나 핵실험 중단을 천명했던 시기는 예외 없이 남북관계가 좋은 시기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럴 때 북미, 북일 간 대화도 촉진되었고, 동북아 다자외교도 활발했습니다. 제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반도 문제의 주인은 우리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북핵문제 해결은 핵 동결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적어도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의 여건이 갖춰질 수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의 목적도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지 군사적 긴장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 점에서도 우리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에 촉구합니다. 국제적인 협력과 상생 없이 경제발전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대로 간다면 북한에게는 국제적 고립과 어두운 미래가 있을 뿐입니다. 수많은 주민들의 생존과 한반도 전체를 어려움에 빠뜨리게 됩니다. 우리 역시 원하지 않더라도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더욱 높여나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각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핵 없이도 북한의 안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돕고 만들어 가겠습니다. 미국과 주변 국가들도 도울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천명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습니다.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고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통일은 민족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합의하는 '평화적, 민주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북한이 기존의 남북합의의 상호이행을 약속한다면, 우리는 정부가 바뀌어도 대북정책이 달라지지 않도록, 국회의 의결을 거쳐 그 합의를 제도화할 것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남북간의 경제협력과 동북아 경제협력은 남북공동의 번영을 가져오고, 군사적 대립을 완화시킬 것입니다. 경제협력의 과정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갖지 않아도 자신들의 안보가 보장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입니다.
쉬운 일부터 시작할 것을 다시 한 번 북한에 제안합니다. 이산가족 문제와 같은 인도적 협력을 하루빨리 재개해야 합니다. 이 분들의 한을 풀어드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산가족 상봉과 고향 방문, 성묘에 대한 조속한 호응을 촉구합니다.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도 남북이 평화의 길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남북대화의 기회로 삼고, 한반도 평화의 기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동북아 지역에서 연이어 개최되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2020년의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한반도와 함께 동북아의 평화와 경제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저는 동북아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이 기회를 살려나가기 위해 머리를 맞댈 것을 제안합니다.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은 역내 안보와 경제협력을 제도화하면서 공동의 책임을 나누는 노력을 함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뜻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우리는 한일관계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일관계도 이제 양자관계를 넘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과거사와 역사문제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지속적으로 발목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새로운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해 셔틀외교를 포함한 다양한 교류를 확대해 갈 것입니다. 당면한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서도 양국 간의 협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한일관계의 미래를 중시한다고 해서 역사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역사문제를 제대로 매듭지을 때 양국 간의 신뢰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그동안 일본의 많은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양국 간의 과거와 일본의 책임을 직시하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노력들이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기여해 왔습니다. 이러한 역사인식이 일본의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바뀌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한일관계의 걸림돌은 과거사 그 자체가 아니라 역사문제를 대하는 일본정부의 인식의 부침에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간의 역사문제 해결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일본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내년 8.15는 정부 수립 70주년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은, 외세에 의해 분단된 민족이 하나가 되는 길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진정한 보훈은, 선열들이 건국의 이념으로 삼은 국민주권을 실현하여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준비합시다. 그 과정에서, 치유와 화해, 통합을 향해 지난 한 세기의 역사를 결산하는 일도 가능할 것입니다.
국민주권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보수, 진보의 구분이 무의미했듯이 우리 근현대사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세력으로 나누는 것도 이제 뛰어넘어야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역사의 유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모든 역사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며, 이 점에서 개인의 삶 속으로 들어온 시대를 산업화와 민주화로 나누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 없는 일입니다.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 역시 김대중, 노무현만이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의 치유와 화해, 통합을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현충일 추념사에서 애국의 가치를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제 지난 백년의 역사를 결산하고, 새로운 백년을 위해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정립하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기조도 여기에 맞춰져 있습니다. 보수나 진보 또는 정파의 시각을 넘어서 새로운 100년의 준비에 다함께 동참해 주실 것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 다함께 선언합시다. 우리 앞에 수많은 도전이 밀려오고 있지만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헤쳐 나가는 일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에서 최고라고 당당히 외칩시다. 담대하게, 자신 있게 새로운 도전을 맞이합시다. 언제나 그랬듯이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 이겨 나갑시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완성합시다. 다시 한 번 우리의 저력을 확인합시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독립유공자들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8월 15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750만 재외동포 여러분 오늘은 제77주년 광복절입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은 3.1 독립선언과 상해 임시정부 헌장, 그리고 매헌 윤봉길 선생의 독립 정신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비롯하여 모든 국민이 함께 힘써온 독립운동은 1945년 바로 오늘, 광복의 결실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독립운동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 이후 공산 세력에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 자유민주주의의 토대인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과정을 통해 계속되어왔고 현재도 진행 중인 것입니다.
과거에는 약소국이 강대국에 의해 억압되고 박탈된 국민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주권 국가를 세우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시대적 사명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 국가들이 연대하여 자유와 인권에 대한 위협에 함께 대항하고 세계시민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을 이뤄내는 것입니다.
자유를 찾기 위해 시작된 독립운동은 진정한 자유의 기초가 되는 경제적 토대와 제도적 민주주의의 구축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하여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는 것으로 계승되고 발전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복절인 오늘 우리는 과거에서 미래를 관통하는 독립운동의 세계사적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합니다.
역사적 시기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그 성격과 시대적 사명을 달리하며 진행되어온 역동적인 과정입니다.
자유를 찾고, 자유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하고, 또 세계시민과 연대하여 자유에 대한 새로운 위협과 싸우며 세계 평화와 번영을 이뤄나가는 것입니다.
조국의 미래가 보이지 않던 캄캄한 일제 강점기에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며 국내외에서 무장 투쟁을 전개하신 분들, 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면서 무장 독립운동가를 길러내신 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고 벅차오릅니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할 민족 역량을 키워내기 위해 국내외에서 교육과 문화 사업에 매진하신 분들, 공산 침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신 분들, 진정한 자유의 경제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 땀 흘리신 산업의 역군과 지도자들, 제도적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해오신 분들이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독립운동가라는 점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모든 분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이분들에 대한 존경과 예우를 다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일 뿐 아니라 미래 번영의 출발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과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입니다.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한일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하여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습니다. 양국 정부와 국민이 서로 존중하면서 경제, 안보, 사회, 문화에 걸친 폭넓은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해야 합니다.
우리의 독립운동 정신인 자유는 평화를 만들어내고 평화는 자유를 지켜줍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는 세계 평화의 중요한 전제이고 우리와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는 기초가 됩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전 세계의 지속 가능한 평화에 필수적인 것입니다.
저는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합니다.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그리고 북한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국제 신인도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 재정이 튼튼해야 합니다.
저는 공적 부문의 긴축과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 재정을 최대한 건전하게 운용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재정 여력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데 쓰겠습니다.
경제적 문화적 기초를 서민과 약자에게 보장하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연대의 핵심입니다.
어려운 분들의 생계 안정을 위해 기초 생활 보장을 강화하고 갑작스러운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 대해서도 정부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돌봄서비스를 대폭 보강하고 보호 시설에서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더욱 세심하게 챙길 것입니다. 국민들의 주거 불안이 없도록 수요 공급을 왜곡시키는 각종 규제를 합리화하여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겠습니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거 복지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초유의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는 국민들께 큰 피해와 고통을 안겼습니다. 재난은 늘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와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더 세심하고 더 철저하게 챙기겠습니다. 국민들의 신속한 일상 회복을 위해 피해 지원과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수해, 코로나 재확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는 충분한 금융 지원을 통해 대출금 상환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약과 혁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도약은 혁신에서 나오고 혁신은 자유에서 나옵니다.
민간 부문이 도약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신하겠습니다. 우리 기업이 해외로 떠나지 않고, 국내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과감하게 제도를 혁신해 나갈 것입니다. 과학기술의 혁신은 우리를 더 빠른 도약과 성장으로 이끌 것입니다.
산업의 고도화와 기술 발전을 추종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내겠습니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펜데믹의 위기 역시 첨단과학 기술의 접목으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위대한 국민 여러분
우리는 험난하고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누구도 우리의 미래를 믿지 않았던 그 순간에도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 눈부신 번영을 이뤄냈습니다. 자유를 되찾고, 자유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더 강해졌습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끊임없는 자유 추구의 과정으로서 현재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에 자유와 번영을 가져다준 우리의 헌법 질서는 엄혹했던 일제 강점기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위대한 독립 정신 위에 서 있는 것입니다.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함께 연대하여 세계 평화와 번영에 책임 있게 기여하는 것이야말로 독립운동에 헌신하신 분들의 뜻을 이어가고 지키는 것입니다. 저는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우리에게 부여된 이 세계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