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 지내는 주술사 ‘레인메이커’와 한국 검찰.
한국 검찰의 수사 방식을 보고 사람들은 ‘인디언 기우제’ 방식이라 이야기한다. 인디언 기우제를 놓고 여러 해석이 있지만, 검찰을 보고 ‘긍정’적인 해석을 하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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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utopia) 일반적으로 파라다이스, 이상향(理想鄉)을 말한다. 최근에 국민의힘 대선후가 된 김문수가 4월에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하 “폭력으로 유토피아를 이룰 수 없다”라는 기괴한 말을 해서 사람들을 갸우뚱하게 했다. 폭력으로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꿈꾸던 사람은 정작 윤석열과 김건희였는데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쓰인 유토피아가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뜻이 아니다. 기원을 따져보면 허무할 정도다. 사실 유토피아는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장소’라는 의미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인문주의자인 토머스 모어(Thomas More)가 쓴 공상 사회 소설 ‘유토피아’(Utopia)는 모어가 그리스어의 ‘없는’(ou-)과 ‘장소’(toppos)라는 말을 결합해 만든 말이다. 하지만 접두사 ‘u’가 ‘없는’(ou-)이 아니라 ‘좋은’(eu-)이라는 뜻도 연상하게 해서 ‘좋은 장소’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니게 됐다. 유토피아가 현실적으로는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이 된 이유다.
제목 자체가 이중적이듯 소설 내용도 모순적이면서 이중적이다. 이 소설에서 모어는 실명으로 등장해 소설의 화자인 라파엘 히슬로다이우스라는 가상의 인물과 대화를 나누는데, 히슬로다이우스라는 이름도 '무의미', '허튼소리'라는 뜻이다. 소설 ‘유토피아’는 모어가 어디에도 없는 곳에서 무의미한 자와 나눈 대화가 주 내용이라고나 할까. 2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의 1편은 유럽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고, 2편은 히슬로다이우스가 들려주는 유토피아섬에 관한 이야기다. 유토피아섬의 내용은 이렇다.
약콩으로 쓰여온 ‘쥐눈이콩’, 효능과 먹는 방법.
검은콩의 일종인 쥐눈이콩은 껍질은 까맣고 크기는 보통 검은콩보다 작다. 쥐눈처럼 생겼다고 해서 쥐눈이콩이지만, 보통 판매되는 장소를 가면 서목태(鼠目太)로 적혀있다. 약성이 뛰어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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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화폐가 없다. 사유재산도 존재하지 않는다. 불요불급한 사치품은 아예 생산하지 않는다. 유토피아 사람들은 누구나 시장에서 농산물을 자기가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쓰면 된다. 농산물을 무료로 제공하기에 누구나 2년 동안 농사를 지을 의무가 있다. 공동 생산과 공동 분배로 먹는 문제를 해결한다. 집도 제공된다. 누구나 같은 크기와 모양의 집이고 자물쇠는 없다.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10년에 한번씩 이사를 가야 한다. 일하는 시간도 하루 6시간으로 공평하다. 일을 한 다음에는 누구나 정신적이고 지적인 쾌락을 추구한다. 공동 생산, 공동 분배 방식이 공산주의를 연상케 하지만, 이는 단지 지적 쾌락과 행복을 얻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여기까지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다음 내용을 보면 점점 이상해진다.
유토피아 사람들은 최소한의 노동을 하는 대신 최소한의 상품에 만족해야 한다. 누구나 똑같은 모양과 색깔의 옷을 1년에 한 벌씩만 공급받고 마을 회관 같은 공공장소에서 공동으로 식사해야 한다. 가족 식사는 금지된다. 간통이 드러나면 노예가 되고, 재발할 경우 사형에 처한다. 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허락 없이 떠나면 벌을 받는다. 모든 사람은 오후 8시에 취침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 공부해야 한다.
소설 속에서 모어도 유토피아섬의 이런 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고민한다. 특히 소유욕이 없어지면 누구도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빈곤에 빠질 우려가 있고, 화폐가 없고 모두 평등하다면 통치자의 권위도 사라져 사회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의미의 ‘유토피아’라는 제목을 단 것일까.
유토피아의 반대 개념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디스토피아(dystopia)다. '나쁘다'라는 뜻을 가진 'dys-'가 붙어 있지만, 유토피아의 원래 의미하고는 다소 뉘앙스가 다르다. 주로 전체주의적인 정부에 의해 억압받는 사회를 얘기하는데, ‘자유론’(On Liberty)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I)이 의회 연설에서 처음 사용했다.
디스토피아를 그리면서 유토피아인척 하는 영화도 있었다. 2023년 개봉한 이병헌, 박서전, 박보영이 출연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지진에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 한 동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극 초반 유토피아 같은 이 공간은 점점 디스토피아적 공간으로 변해간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잘 그린 영화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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